갑자기 요즘 '외질 신격화'가 한국의 해외축구팬들 (대부분이 EPL팬인) 사이에 크게 유행하는것이 사실입니다. 외질을 추켜세우고 이스코를 깎아내리며 그토록 칭찬해마다않던 베일마저 비하하기 바쁘죠. 우선, 레알팬도 아닌 베티스팬이지만, 레알 경기부터 왠만한 라리가 EPL경기는 주말에 낮부터 밤까지 (영국이라) 백수처럼 보는사람이라 왜 '외질을 레알이 팔수밖에 없었는지' 한국축구팬들이 간과한 부분을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글중 기옘발라그가 한말에서 레퍼런싱한것도 많으니 골라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원래 사커라인과 달리 축구팬들의 깊이가 그다지 깊지않은 네이버 평범한 축구팬들에게, 가르치듯이 쓴글이라, 축구 준전문가 가득한 사커라인에 아마 좀 글이 오만하게 보일수도 있으나 양해바랍니다.


1. 무리뉴와 다른 안첼로티의 전술문제:

무리뉴전술에서 득점의 대부분이 측면공격을 이용한 호날두의 득점력 이었다면, 안첼로티는 우선적으로 '역습전술'을 즐겨하는 감독이 아닌, 측면과 중앙을 함꼐 쓰는 '전통적인 레알의 스타일'과 잘맞는 감독입니다. 카펠로시절부터 레알=수비후역습 이라는 이미지가 한국팬들에게 각인이된듯한데 애초에 레알은 '빠른 패스플레이'의 팀이었죠.

외질이 득점력이 뛰어나진 않았어도 호날두로 가는 공격루트를 꼭 거쳤던건 사실인데, 문제는 이 역할을, '저번시즌 후반기부터 모드리치'가 완벽히 해줬다는겁니다. 모드리치가 외질보다 패스플레이를 더 유연하게 해주자 안첼로티 입장에선 모드리치 외질 둘 다 필요하지가 않게된겁니다. 차라리, 둘중에 '샤비알론소 역할까지 해주는' 모드리치를 좀더 아래로 내리고 본래 외질자리에 '패싱능력은 외질보다 부족하지만 '중앙에서도 확실히 득점해줄수있는' 이스코를 투입하며 이스코.베일.호날두 중앙의 어딜 틀어먹아도 새어나오게끔 완벽한 좌-중-우 공격라인이 가능하게 된것. 거기에 '외질의 패스능력'은 그 뒤에 모드리치가 전혀 모자람없이 해주며 잔인하지만 외질의 이용가치가 '크게 줄어든것'이 사실입니다. 외질을 뺴고 오히려 중앙에서의 득점루트가 추가로 생겨난거죠.

결과적으로 외질이 밀려난 가장 큰 원인은, 베일도, 이스코도 아닌, 저번시즌 최악의 전반기를 보낸 레알에, 후반기에 가파른 상승세에 날개가된, 지금까지 레알에서 로페즈와함께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모드리치'에 밀려서 이적했다고 보는게 한국팬들이 간과한점이란건 알려드리고싶네요. 실제로 작년 알론소의 리버풀,PSG이적설이 돌았던 가장 큰 이유가, 모드리치의 맹활약이었습니다. 후반기에 외질을 주전에서 몰아내고 그아래 알론소-케디라와 함꼐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어쨌든 레알팬들의 머리속엔 만약에 누군가 이적한다면, '내년엔 나이가있는 알론소가 떠날것이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는거죠. 그 이유는 '모드리치가 외질, 알론소의 역할을 한명이' 다 해버리면서 당연히 '알론소/외질'중 하나는 잉여가 되는상황에 더 늙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싶다'라고 후반기내내 얘기했던 알론소가 떠날걸 예상했던거구요.

어찌됐든, '무리뉴보다 좀 더 공격적인 전술을 쓰는 안첼로티'가 들어오면서, 모드리치를 오히려 알론소 자리에 세우고 모드리치 자리에 '외질보다 더 공격적인' 이스코를 세우는 식으로 중앙라인이 굳혀진게 우선 외질이 떠날수밖에 없었던 큰이유 ie 외질을 이적시킨건 이스코,베일이 아닌, '모드리치'라는 겁니다.


2. 큰경기에서의 외질의 부진:

특히 큰경기에서 약했던 부분. 분명 제생각도, 레알팬들의 생각도 외질은 최곱니다. 문제는, 작년 레알의 부진에 외질도 면죄부를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후반기의 알론소,케디라는 좋았고, 모드리치 역시 후반기의 에이스였지만, 외질, 디마리아의 폼이 저번시즌 예전같지 않았다는건 부정할수 없다는거죠. 결국 후반기에 모드리치에 주전자리를 내준게 그 부진에 대한 여파였고, 또다른 이유로는 (어떻게보면 비열한) '레알의 라 데시마 실패에 대한 희생양'입니다. 실제로, 외질이 기복이 적은선수인데, 부진했던 경기, 후반에 교체되나갔던 경기를 찾아보면, 모두 엘클라시코, 맨유전,뮌헨전 등 '빅매치'입니다. 첫시즌부터 그 문제에대한 언급은 계속 있었고 '강팀과의 경기에서의 모습'이 3년간 크게 달라지지않은것도 이유중에 하나입니다.

한 예로, 부진한 경기끝에 맨유전 70분에 교체되나간 외질과는 다르게, 59분 교체투입된 모드리치는 '6분만에' 동점골을 기록하며 큰경기에 강한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줫죠. 아마 이경기가 '라데시마'에 목말라있는 페레즈의 외질에 대한 실망에 상징적인 경기일겁니다. 실제로 이 경기이후로 외질의 포지션에 모드리치가 주전자리를 꿰찬것도 사실이구요.

그 후의 엘클라시코때도 가장 좋은모습을 보인게 모드리치였었구요. 더 재밌는건, 지금 외질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스코가, 작년 챔스에서 나이답지않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레알 어느선수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고 말할수있는게 저번 챔스에서의 이스코니, 과연 라데시마에 눈먼 페레즈와 레알팬들이, 이스코,모드리치를 큰경기에서의 외질보다 더 기대하는것도 충분히 이해가되는 대목이죠.

간략하게 요약하면, '큰경기에서 외질이 포지션경쟁자인 (큰경기에서 최고의 모습을보였던) 이스코, 모드리치와 달리 매번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는 겁니다. 그전년도 챔스준결승 뮌헨전 역시 외질이 두경기모두 부진끝에 교체되며 이미 '레알이 큰대회에서 우승못하게된 주역'으로 어찌보면 참 잔인한 비판이 있었던 상황이었구요. 작년 후반기엔 '무리뉴'의 결정에 따라 모드리치에 밀려 후보, 올시즌은 새롭게 좋은 모습 보이려해도 새감독 '안첼로티'의 결정에따라 이번엔 새파란 이스코에게 주전을 내준 상황. 안그래도 불안함을 느끼는 외질에게 이런 자존심을 크게상하게하는 상황이 1년가까이 유지되니 '최고의 실력을 가진' 외질 역시도 레알을 떠나고싶은 맘이 드는것도 이해되는 바구요.


3. 공격루트의 분산:

또다른 이유로는, 안첼로티는 '선수한명에 집중하는 팀'이 아닌, 그 최고의 선수마저도 다른선수들에게 조력자인' 팀이길 원하는 감독이라는겁니다. 호날두가 레알에 오면서 모든 공격이 호날두에게 쏠렸다는것만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인데, 실제로 레알에서 득점할수 있는 선수는 '호날두 이과인 벤제마 가끔가끔' 이라고밖에 볼수없는게 작년이었단건데, 아까 언급했듯, 득점이 가능한 호날두, 벤제마, 이스코, 베일, 패스가 좋은 모드리치까지, 이젠 굳이 큰경기에서 약점으로 지목됐던 '호날두만을 이용한 전술'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는거죠.

사실 외질은 '호날두에게 좋은 패스를 해주는' 용도로 지난 3년간 쓰인게 사실이구요. 재밌는 팩트중 하나는, 외질이 온시즌에 호날두득점이 54경기 53골이었고, 외질이 오기전 호날두의 득점이 (첫시즌이었음에도) 35경기 33골이었다는거죠. 한마디로, '정작 외질없으면 호날두가 골을 못넜는다'라는 괴상한 소문이 한국에서 돌았는데, 결국 '외질이 있건없건' 호날두는 호날두라는 거죠. 결코 '호날두의 득점력이 아쉬워서 외질을 팔지않아야할' 이유는 애초에 없었다는겁니다, 한국팬들이 인식하던것과는 다르게. 차라리, '어짜피 어떻게든 그만큼 득점해줄수있는 선수의 도우미는 버리고, 또다른 '더많은 득점이 가능한'선수들 (베일,이스코) 로 레알의 득점력을 높이는게 더 현명할수도 있었다는거죠. 결과는 봐야알겠지만 아직까진 안첼로티가 원하는 방식대로 되는듯 합니다.


4. 측면자원 부족:

이제 그럼 모드리치,이스코,알론소보다 중앙에서의 외질이 레알에서의 메리트가 줄어들었다는건 확실한 사실인데, 예에 외질이 측면에서도 자주 모습을 보였던만큼 '베일,호날두,외질'로 측면을 꾸리면 안되냐'라는 의견들이 많은데, 이게 또 힘든 이유는, '디마리아보다 외질이 훨씬 더 높은 이적료'를 챙길수 있다는겁니다. 심지어, '측면에서의 외질<측면에서의 디마리아'인것도 사실인데, 굳이 중앙에서의 활용가치도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측면에서 역시 호날두,베일,디마리아보다 큰 장점이 없는선수를, '굳이 비싼가격에 안팔고' 주급 꼬박꼬박 주면서 남길필요 있었냐는거죠. 레알이 모나코가 아닌 이상말이죠. 기옘이 여러번 밝혔듯 이번 겨울에 팔카오든 누구든 대형급 공격수 영입을 할텐데, 거기에 큰돈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결코 디마리아>외질, 이스코>외질 이 아니라, 안첼로티의 시스템 내에서 그 포지션들에서 외질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메리트가 없었다'라는 말을 하고있는 겁니다. 정말 최고의 선수지만, 지금 레알에겐 그 이적료 안받고, 그 돈 주면서, 데리고있을 가치가 (잔인하게 말하면) 없었다는 얘기죠. 중앙으로 눈을돌려봐도 야라,카세미로,알론소,모드리치,케디라,이스코까지 전부 다 안첼로티의 중앙전술에서 모두 다 '자기포지션이 있는' 능력있는 선수들로 과포화된 상태였구요. 측면에서도 유일한 백업측면자원이던 카예혼까지 팔아버렸고, 거기에 디마리아까지 팔았다면 남는 윙어는 호날두,베일밖에 없다는것. 중앙을봐도, 측면을봐도, 외질의 능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단, 어느 한포지션에서 우위를 잡지못한게 문제였다는겁니다. 다시말씀드리자면, 그 시작은 현대축구가 원하는 선수스타일에 맞게 '외질역할 알론소역할'을 동시에 하는 모드리치에게 밀렸다는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겠구요.


5. 우선은 이 네가지 이유가 외질을 팔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가장 크다 보구요. 그 외에도 이스코의 92년생이라는 어린나이, 스페인선수라는것, 이친구나 모드리치나 '새로이적해왔다는것' 등도 당연히 이유가 되겠죠.


어느 누구도 지금 외질 깎아내리는 사람 없습니다. 정말 최고의 선수고 아스널에게 그 누구보다 필요한 선수가 외질입니다. 그런데 너무 재밌는건, '외질에 대해 관심도 없던' 한국팬들이 이피엘로 온 외질을 갑자기 신격화시키고, 전혀 정보가없는 이스코는 '능력없이 안첼로티/페레즈의 멍청한 실수로' 주전자리에 앉은 선수라고 여기는듯 합니다. 이렇게 '레알마드리드'가 온 축구팬의 '관심 (관심인지 미운감정에 의한 '잘안되길'하는 바램인지)의 중심에있었던적도 처음인듯 싶네요. 한국팬들의 뜬금없는 레알에 대한 미운 감정이, 무리뉴의 애정도 이유일수 있겠고 (무리뉴를 내쫒은 레알이 무조건 망하길비는), 매번 베일,호날두 등을 약탈해가는 레알에 대한 미움일수도 있겠구요.


지금까지가 레알이 외질을 팔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아무런 대단한 정보도 아닌데, 마치 저만 아는것처럼 거만하게 쓴건 죄송합니다. 라리가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지식이 없는 네이버에 쓴글을 수정한 글이다 보니 좀 가르치려는것처럼 보였을겁니다.

싸커라인에 거진 10년만에 와서 처음 글썼는데, 잘부탁드립니다. 그때는 이 리그가 낫다 저 리그가 낫다 아주 2002월드컵덕에 갑자기 해외축구에 관심많은 양반들이 쌈박찔하던, 지금의 네이버와 다를바 없는 사이트였는데, 지금 보니 건더기들은 다 포털사이트들로 빠져나간덕에 다 걸러지고, 진짜 준전문가들만 남은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네요

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