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로아티아전에 드러난 홍명보호의 문제점


크로아티아전에서의 한국대표팀의 대략적인 대형입니다. 구자철 제로톱을 시험했었고, 전에도 언급했었지만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공간과 압박'이란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었습니다. 우선 '압박'에 관련해서는 우선 중원 구성의 문제점을 들어야겠지요. 이 경기에서는 한국영-박종우로 하여금 투볼란치를 보게 했는데, 이 조합은 애매한 점이 많았습니다. 압박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볼배급도 이루어지지 않았죠.


한국영은 전형적인 청소부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입니다. 좋은 태클실력을 가지고 있죠. 박종우 선수는 이런 청소부역할을 다소 공유하면서도 소속팀 부산에선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 경기에서 우리팀은 김보경과 구자철이라는 두 공격적 성향을 가진 선수들을 투입하였기에 한국영-박종우 라인은 센터백라인과 더불어 후방에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가져가는 것이 주된 임무였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모두 그런 유형이 아니죠. 거기다 서로 그런 역할을 분담하려다 보니 오히려 그 역할을 아무도 맡게 되지 않는 사태까지 초래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두 장면입니다. 그 결과 크로아티아의 전방압박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죠. 이러한 문제는 이따금 나타난 공격찬스에서도 나타납니다. 바로 '공간' 활용의 실종이죠.

그런데 '공간과 압박' 가치 실현에 나타난 문제점들이 브라질-말리 2연전을 치르면서 상당 부분 개선되었습니다.


2. 브라질전 - 압박 전술의 개선, 여전히 취약한 공격전술



선수 선발명단만 보면 얼핏 이런 구도로 보이겠지만



사실상 이러한 포지션에 가까웠습니다. 공격자원 4명이 모두 내려와 수비를 보는 형태랄까요. 물론 상대가 브라질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요. 주목해야 할 점은 구자철을 제외한 지동원, 김보경, 그리고 이청용, 이 세 선수는 유동적으로 위치를 이동했습니다. 원톱 지동원은 좌우로 빠져주는 홍명보 스타일의 원톱 역할론을 수행하였고, 구자철은 중앙에 고정된 포워드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을 몇 가지 꼽아보겠습니다.



경기 도중 종종 이처럼 김보경과 구자철이 투톱처럼 압박을 시도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지동원이 홍명보 원톱의 의무사항인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여준 이후이기 때문입니다. 김보경의 위치는 지동원과 계속 바뀝니다. 하지만 그런와중에도 구자철의 위치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동원이 미끼원톱이라면, 구자철은 실질적으로 중앙을 맡은 포워드인 셈이죠.



네, 크로아티아전에서 선보인 구자철 제로톱과 비슷한 전술적 행보였죠. 다만 크로아티아전에서 지동원 대신 출전한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면, 브라질전에서 지동원은 최전방에서 측면으로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점이 뒤에 서술한 홍명보호의 슈팅부족문제점이 됩니다.



인상적인 장면이었죠. 이청용 선수가 위치를 바꿔가며 압박에 가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홍명보호의 압박전술이 유연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청용이 기성용, 한국영과 함께 중원에서 일자대형을 이루어 한정된 브라질공격 공간에서의 숫자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주면서 브라질 공격찬스는 무력화됩니다.

2.1 기성용의 존재감

비록 브라질전은 패배로 끝나긴 했지만, 크로아티아전에 비하면 압박전술이 매우 체계화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성용이란 자원이겠지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기성용이지만, 필드 위에선 확실한 존재감을 피력하더군요. 기성용이 후방에서 안정감있게 볼배급역할을 맡으면서, 파트너 한국영의 임무는 크로아티아전에 비해 오직 한가지로 좁혀졌죠. 그로 인한 한국영 청소부의 대활약은 다들 보셨을 겁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중원을 구성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덕분에 매우 체계적으로 압박전술을 구현할 수 있었고, 이는 역습찬스를 제공해주었습니다.

2.2 역습은 있으나, 무섭지는 않다.

홍명보감독은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 출신이고, 안지 연수시절 홍감독이 수비전술에 도움을 주었다는 인터뷰 자료가 있을 정도로 홍감독의 수비와 압박전술에는 디테일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통해 따낸 공격권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브라질전은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대회 때부터 나타난 홍명보호의 문제점이었습니다. 우선, 홍명보호의 공격 메카니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홍명보의 원톱론>

U20감독 시절부터 보여준 홍감독의 원톱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좌우 측면으로 빠지는 미끼역할을 수행하라, 그로 인한 빈 공간을 2선이 침투할 수 있도록 연계능력을 보여라.' FC서울과 AS모나코에서 측면공격역할도 수행한 박주영을 총애하는 이유죠. 지동원도 마찬가지구요. 실제로 조광래감독도 지동원과 박주영 스위칭을 시도했었죠.

문제는 측면으로 빠진 뒤의 상황을 좋게 연출할 수 있는 디테일을 갖춘 각본이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몇 개 보시죠.



몇 장면 꼽아봤습니다. 홍명보호의 원톱이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미끼역할을 수행하여 공간을 창출해내고, 연계플레이를 시도할 찬스를 얻어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화가 되어버림으로써, 연계플레이를 시도할 기회 자체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원톱이 미끼역할이 되긴 커녕, 브라질 수비진의 미끼에 걸려들기까지 합니다.




보시는 그대로 입니다. 물론 선더랜드에서 많이 출전하지 못하는 지동원 선수의 개인적인 폼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렇지도 않은 게 이런 문제점이 동아시아컵을 비롯한 각종 A매치에서 원톱으로 나섰던 김동섭과 조동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기도 하기에 전술적인 문제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결국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원톱을 위시한 공격자원들의 측면 편중
* 그로 인해 중앙의 빈 공간을 활용할 숫자부족

이 외에도

* 멀뚱멀뚱 박스 안에서 크로스만 기다리는 문제점
* 역습 전개시 대형 구축 X -> 김보경, 이청용 등의 개인플레이에 의존

이런 문제점을 들 수 있겠네요.


2.3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김보경과 구자철의 역할은 대표팀 내에서 중첩된 부분이 많습니다. 김보경은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두 선수를 공존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곤 하지만, 사실 두 선수는 전방에서 플레이를 이끌어간다는, 그것도 결국은 중앙에서 풀어낸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 동안 올림픽 팀이나, A대표팀에서 김보경 선수와 구자철 선수 모두가 빛을 발했던 경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둘 중 하나는 역할이 중복되어 묻혔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두 선수의 공존은 힘들다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브라질전 이후에 치뤄진 말리전에서 스위칭플레이와 변형 4-4-2가 전술적 선택사안으로 대두되면서 이 문제는 본격화될 듯 합니다.




이근호 원톱의 가능성과 함께 말이죠.


3. 말리전 - 공격전술의 유연성


기본적인 포메이션입니다. 4-2-3-1 전형으로 나왔고, 손흥민-이근호-구자철 이 세 명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이들 셋이서 종종 3톱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청용은 프리롤을 맡아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라고 봅니다. 흥미로운 건 구자철이나 교체로 투입된 김보경, 두 선수 모두 포워드나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죠.

물론 저런 공격작업은 그렇게 자주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4-2-3-1과 4-4-2가 혼합되는 형태가 많이 나타났죠. 이렇게요.




이런 변칙 운용은 지금부터 설명할 이근호와 구자철의 활용방법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3.1 이근호 시프트

적절한 타이밍에 좌우 측면으로 빠져 공간을 창출하고, 연계플레이를 이끌어내는 원톱을 선호하는 홍명보 감독에게 있어, 이근호는 현재 가장 적합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투박한 면이 있긴 하지만, 저런 움직임과 침투작업에는 가장 최적화된 자원이기도 합니다. 지난 시즌 김신욱, 하피냐, 김승용과 함께 아챔을 씹어먹었던 것이 바로 이근호의 그러한 움직임이고, 또 그렇기에 올해의 아시아 선수상을 수상한 것이죠. 비록 군입대 문제로 인해 현재 2부리그에 속한 상무에서 뛰고 있어 그 동안 폼이 저하된 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절치부심했는지 이번 경기에서 이근호는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이근호의 전술적 활용도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우측으로 빠질 경우 프리롤 역할을 맡고 있는 이청용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숫자싸움은 물론이거니와, 이청용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그 곳에 남음으로써 상대방을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몇몇 장면을 보시죠.



둘째, 이번 경기의 핵심적인 메카니즘이었죠. 바로 손흥민과의 스위칭플레이입니다. 이근호가 빠지면 손흥민이 중앙으로 쇄도하는 방식이었죠. 이를 통해 구자철과 이청용의 움직임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좌측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김진수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PK를 얻은 장면이 대표적인데요.




이처럼 이근호가 전방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여주니, 스위칭은 빈번하게 나타났고 그동안 단조롭게 나타났던 홍명보호의 공격작업과는 확연하게 다른 다양한 공격작업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그와 함께 구자철의 활용법에 주목해야 합니다.

3.2 사실상 포워드, 구자철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서와는 달리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줄곧 포워드나 다름없는 역할을 부여 받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들에서도 구자철은 계속 포워드 위치에 자리잡고 있죠. 위치뿐만 아니라 플레이의 모양새도 포워드의 그것입니다. 물론 미드필더의 모습을 아예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사실 구자철의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조광래호에서나,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역시 구자철은 매우 공격적인 롤을 수행했었죠. 하지만 요즘 국대에서처럼 진정한 의미의 포워드로 기용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롤을 부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손흥민-이근호 라인, 혹은 그들 자리에 들어갈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선수들의 스위칭 플레이에 대응하기 위해서겠지요. 오늘 경기를 예시로 들자면, 손흥민과 이근호의 스위칭플레이는 필연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혼란하게 만들어 중앙에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공간에 '무언가'를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구자철을 믿고 기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모를 아시안컵과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준 것이 바로 구자철이었기에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보다 구자철을 우선적으로 선발한 것이라 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청용이 뒤로 가서 경기를 풀어주고, 구자철이 중앙에 그리고 손흥민과 이근호가 측면에 위치하여 3톱을 형성할 때도 있었습니다. 손흥민 역전골에도 구자철이 수비수를 등진 상태로 이청용과 원투패스를 주고 받아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죠.

물론 현재 구자철의 폼에 의문부호를 다는 분들도 많겠죠. 하지만 오늘 경기만을 놓고 본다면,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구자철은 포워드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구자철의 포워드로서의 면모가 김보경과의 차이라고 봤었는데....... 김보경이 투입된 이후 보여준 경기력은 두 선수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었죠.

3.3 업그레이드 자원, 김보경




구자철이 안타까운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간 후, 김보경이 투입되었습니다. 경기 운영의 전체적인 틀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가더군요. 보시다시피 구자철 선수랑 똑같은 롤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김보경 선수는 골도 넣었죠.

단순히 스탯을 쌓았기 때문에 김보경이 구자철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스위칭 플레이에 있어서 김보경이 구자철보다 더 다양한 활용법이 있다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김보경은 세레소 오사카 시절, 팀의 에이스로서 2선의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약했습니다. 이런 배경이 오늘 경기에서 잘 드러나더군요. 이청용을 제외한 3명의 공격자원중, 구자철만은 스위칭플레이에 가담하지 않고 중앙에서 온전하게 포워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김보경은 손흥민-이근호와 함께 스위칭플레이에 참가하여 측면까지 활동반경을 넓혔습니다.


후반 18분경 자연스럽게 스위칭이 일어나고 있던 장면입니다. 이후 김보경은 한동안 좌측에서 활발하게 공격작업에 참여했었죠.

현재 폼이나, 이러한 스위칭 플레이어로서의 활용도를 보더라도 김보경이 현재로썬 좀 더 가치 있는 자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3.4 그리고 손흥민



이 움짤 하나에 오늘 홍명보의 모든 공격전술이 담겨있습니다. 프리롤로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이청용과 포워드로서 등을 지고 연계를 시도하는 구자철의 원투패스,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이근호, 그리고 그에 맞춰 중앙으로 쇄도하여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손흥민.

홍명보의 원톱이 미끼역할을 수행하며 공간을 창출해나가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그 공간을 찾아들어가서 위협적인 슛팅으로 연결할 자원은 손흥민이 유일무이합니다. 홍감독의 전술에 필수적인 자원이란 거죠.

4. 여전한 약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개선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홍명보호지만, 여전히 약점으로 꼽히는 문제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김영권-홍정호 센터백 라인의 불안함입니다.




두 선수 모두 정말 좋은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동아시아대회 때부터 이런 허술한 수비실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김영권 선수의 롱볼 빌드업 전개도 남발되는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물론 좋은 옵션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제공권을 지닌 타겟 스트라이커를 활용하지 않는 지금 대표팀에서 김영권의 롱볼을 빌드업의 시작으로 삼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르죠.

세트피스에서의 실점이 아마 가장 큰 문제겠지요. 이 부분은 역시 연습과 집중만이 확실한 답이라고 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성공요인이 바로 성공적인 세트피스 준비이니만큼, 홍명보감독이 제대로 보강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5. 결론

물론, 말리 선수들이 지구 반 바퀴를 건너서 왔고, 추운 날씨에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한 경기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다만, 이번 말리전에서 그 동안 막막해 보이기만 하던 공격 전술이 제대로 체계화 되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2002년 4강신화의 수장, 히딩크에겐 홍명보호가 어떻게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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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Football>
http://blog.naver.com/topuyt

ps-혹시 사진글씨가 잘 안보이시는분들은 http://readersfootball.blogspot.kr/2013/10/2_16.html
여기서 그림파일 확대해서 보시면될듯합니다

 

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