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드림팀이 떴다.

뛰어 구르고, 버티다 돌고, 비틀어 뛰더니 공중에서 사뿐히 내려앉는다. 기구와 한 몸이 돼 상상할 수 없는 동작들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경이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한국선수단에게는 환희보다는 아쉬움을 더 많이 안겼던 올림픽 종목, 체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한국체조는 올림픽 주기마다 어김없이 금메달 후보들을 배출하며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해왔지만 은메달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여홍철이 도마 은메달을 딴 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이주형이 평행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개인종합에서 김대은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4년이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평행봉에 출전한 유원철이 은메달을 한국 선수단에 안겼다. 물론 올림픽에서의 은메달은 영광스럽고 값진 결과임에 틀림없지만, 올림픽 앞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는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금빛 꿈에 설렜던 한국선수단에게는 아쉬운 결과였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런던이다. 체조를 태동시킨 유럽 한가운데서 한국체조는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 이유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 사진도현석 작가
도마위에서 체조하는 모습 준비하는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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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선수 한국체조의 역사를 맡기다.양학선

한국체조가 런던올림픽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유는 한국체조의 희망, ‘도마의 신’, 양학선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체고 3학년이던 2010년 대표팀에 발탁된 양학선은 그 해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 도마 결선에서 4위에 올라 세계 체조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그 해 말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획득한 점수가 16.400점, 2위와의 격차가 0.5점 이상이었다. 1천분의 1점 차로 메달 색깔이 갈리는 체조에서 0.5점 차라면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뜻과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양학선은 세계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전, 도마 4위에 올랐던 세계선수권 이후 자신의 기술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이라는 기술이다 흔히 양1 이라는 기술로 불리고 있다. 양 2의 개발도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통상적으로 불리고 이름이다.

양학선은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끝난 후 점수가 나온 것을 분석하다 보니 난이도를 올리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난이도 높은 나만의 기술을 만들자는 목표로 새로운 기술 연마에 주력했다”며 양1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양학선과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주효했다. 양학선은 양1의 기술로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당시 받은 점수가 16.566점, 2위 안톤 골로츠코프(16.366점)를 0.2점 차로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의 주인공이 됐다. 이 16.566점은 이 대회 전 종목을 통틀어 최고점수로, 양학선은 다시 한번 세계 체조계를 놀라게 했다.

준비하는 양학선 선수
‘양1’ 으로 불리는 신기술 ‘Yang Hak seon’

‘양학선(Yang Hak seon)이라는 신기술이 국제체조연맹(FIG)의 인정을 받아 채점 규정집에 등재된 것은 지난 1월이다. 애드리안 스토이카 FIG 남자 기술위원장이 기술위원들에게 보낸 뉴스레터에서 양학선의 고난도 연기 등 9개 종목별 신기술을 국제대회 채점 규칙(Code of Points)으로 추가한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양학선의 신기술은 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여2’ 기술을 좀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1천80도)를 돌아 착지하는, 즉 ‘여2’기술보다 반 바퀴 더 도는 신기술로 역대 최고 난이도 7.4점의 기술이다. 최고난이도를 구사한다는 것은 경쟁에서 한발 앞선다는 얘기다. 양학선이 펼치는 1천80도짜리 회전 기술은 난도가 7.4점이라면 경쟁자들이 펼치는 기술은 7.0~7.2점짜리로 이미 기술점수에서 0.2~0.4점의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하면 양학선은 연기 시작 전부터 높은 점수를 안고 뛰기 때문에 착지할 때 큰 실수만 없다면 경쟁선수들보다는 무조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심리적으로도 물론 양학선이 한 수 앞선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양학선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이런 장점들을 십분 살려볼 생각이다. 일단 올림픽 1차 시기에서 과감한 '양 1' 기술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2차 시기에서는 공중에서 세 바퀴를 비틀어 도는 '스카라 트리플(난도 7.0점)' 기술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스카라 트리플은 손 짚고 옆 돌아 몸을 편 상태에서 세 바퀴 비틀기 기술로, 양학선으로서는 분명 점수가 깎이는 기술이다. 또 자신의 ‘양 1’ 기술보다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 기술을 택하는 이유는 ‘양 1’ 처럼 도마에 손을 나란히 짚는 핸드스프링 기술을 2차 시기에 또 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따라서 2차시기에는 손 짚는 방법이 다른 ‘스카라 트리플 기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양1’의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는 1차시기 ‘여2’, 2차시기에 스카라 트리플 기술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양학선에게는 이미 숙련된 기술이기도 하다.

2초의 승부

관건은 ‘착지’다. 메달색깔은 바로 착지의 순간 바뀔 수 있다. 도움닫기를 시작해서 착지까지 10여 초, 손을 도마에 짚은 순간부터는 2초면 끝이 난다. 기술이 숙련단계에 들어와 있어 착지만 완벽하면 금메달은 양학선의 몫이 거의 확실하다. 조성동 체조대표팀 감독도 "도마 종목은 착지라는 변수가 워낙 크다"며 양학선이 남은 기간에 착지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만 키운다면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체조선수 양학선 한국의 체조선수 양학선2

양학선 역시 착지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램블린에서 뛰어올라 착지하는 연습도 하고, 마루에 착지매트를 깔아놓고 구름판에서 도움닫기를 해서 착지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불안하다고 느낄 때는 자신감을 찾을 때까지 착지연습에 몰입한다“ 연습과정에서부터 실수를 없애자는 마음가짐이 훈련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언제 어디서든, 또는 자고 일어나서 바로 뛰어도 실수를 하지 않을 정도가 돼야 긴장감이 절정에 달아올라 있는 올림픽 무대에서 완벽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양학선의 생각이다. ”몸이 먼저 아는 게 바로 체조, 그 중에서도 도마다. 손으로 도마를 짚었을 때 느낌이 딱 온다. 그 감각만 생각하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고 밝혔다. 양학선을 금메달 후보로 꼽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성격이다.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거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운동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는 담대함을 보이는 선수, 라이벌에 대해 물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 자신’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바로 한국의 체조선수, 양학선이다.

양학선에게 체조는 꿈이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게 해줬고, 부모님께 농사지을 땅을 사드리고 싶다는 꿈도 실현시켜줬다. 또 집을 마련해드릴 수 있을 거란 꿈을 꾸게 해주는 게 바로 체조다. 운동을 하며 힘들 때도 많았다. 중3시절, 모두가 겪는 사춘기라지만 양학선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다. 힘든 가정형편도 싫었고, 그래서 힘든 부모님도 미웠다. 또래보다 작은 키까지 양학선을 속상하게 해 가출도 여러 번 했다. 당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는 부모님과 작지만 힘이 좋다고 칭찬하며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용기를 준 광주체고 오상봉 감독 덕분이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선수촌을 뛰쳐나가도 싶을 때도 있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을 생각하며 참는다, 방황할 때 어머니가 너무 많이 우셔서 빨리 늙으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내가 올림픽 금메달로 부모님과 선생님께 환한 웃음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다시 찾아온 황금세대

한국체조는 여홍철을 필두로 유옥렬과 이주형, 이장형 등 굵직굵직한 스타들이 쏟아졌던 90년대 첫 번째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올림픽 사상 첫 체조 금메달의 꿈까지는 이루지 못했고, 이들에 이어 양태영, 김대은, 유원철이 주축이 됐던 황금 2세대가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 4월8일 선발전을 통해 런던올림픽 엔트리가 발표된 결과, 남자부 김승일(27·수원시청) 김희훈(21·한체대) 양학선(20·한국체대) 김지훈(28·서울시청) 김수면(26·포스코건설), 여자부 허선미(17·제주 남녕고3)가 선발됐으며 체조관계자들은 한국체조에 다시 한번 황금세대가 찾아왔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표팀의 조성동 감독도 “한국선수들 면면을 살펴보면 맏형 김지훈부터 막내 양학선까지 각 선수마다 특기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양학선을 주시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남자 다섯명 중 어떤 선수가 큰 일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한국체조의 금메달 한(恨)을 풀어 줄 거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학선은 세계가 인정하는 도마종목 최고의 선수, 김승일, 김수면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결선 무대를 밟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체조의 에이스로 전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지훈은 철봉, 그리고 김희훈은 마루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조성동 대표팀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체조 대표팀 단체사진

이들을 보좌하는 코치진도 드림팀이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오심논란으로 금메달을 아쉽게 놓쳤고 4년 전 베이징에서도 선수로 경기에 나섰던 양태영이 코치로 합류해 런던올림픽에 나선다. 대표선수들과 선수시절을 같이 보냈기 때문에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를 잘 이어주는 가교이자 형 같은 코치다. 양코치도 “올림픽 최초의 체조 금메달 획득이 이번에는 꼭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의 선수시절과 비교해 볼 때 나의 당시 올림픽 금메달 확률을 20%정도라고 본다면 양학선은 50%이상이다. 또 다른 선수들도 결선에만 진출한다면 큰 일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최다메달과 최고성적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1991년, 1992년 세계선수권에서 도마 2연패를 하고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도마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옥렬 코치가 선수들의 메달도전을 돕고 있다. 누구보다도 도마의 특성과 현장분위기를 잘 하는 유코치는 양학선의 금메달 가능성이 99%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한국체조의 역사적인 순간이 런던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조성동 감독이 대표팀을 총지휘한다.

뜀틀로 세계를 놀라게 한 유옥렬과 여홍철, 평행봉으로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오른 이주형 등 한국체조의 영광과 아쉬움을 함께 했던 조감독이 다시 돌아와 한국체조 드림팀을 완성했다. 한국체조 드림팀이 런던에서 보여줄 꿈의 무대가 기대된다.

Super Rookie

김희훈 선수 남자체조에는 양학선만 있는게 아니다.김희훈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꿈이 부풀어있는 체조대표팀 속에서 자신만의 주특기로 또 다른 드라마를 준비하는 선수가 있다. 한국 남자 체조 국가대표 3년차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동메달, 지난해 11월 2011 도요타컵 국제초청체조대회 안마종목 1위, 마루종목 3위,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에 오르며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단 선수. 바로 22살의 체조국가대표 김희훈이다. 한국체조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마루에서 특출 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어 런던올림픽에서 깜짝 메달도 기대되고 있다.

체조인 큰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김희훈이 체조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옆돌기도 하고, 벽에 대고 물구나무도 서는 김희훈을 달리 본 할머니가, 서울에 있는 큰아버지에게 연락을 하면서 그의 체조인생이 시작됐다. 김희훈의 큰아버지는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이자, 한국체육대학의 김동민 교수로 김동민교수는 선수시절, 안마와 링, 도마에서 대학부와 일반부를 석권했었다. 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으면 금새 두각을 나타냈을 법도 했지만 김희훈은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광주 체육중학교를 거쳐 체육고등학교까지 김희훈 앞에는 초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로 주목 받던 양학선이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와 맞물리는 중3때쯤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며 반항의 시기를 거치게 된다. 양학선의 평생스승으로 유명한 오상봉감독이 김희훈에게도 은인이었다. “당시 선생님의 사랑의 매가 은근히 좋았다. 그 전에는 신경도 안 써주는 것 같았으니까.”라며 자신의 변해가던 모습을 회상했다.

연습중인 김희훈 선수

마음가짐의 변화는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났다. 방황 직후에 나간 중3 소년체전에서 김희훈은 마루종목으로 생애 첫 금메달의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소년체전이 끝나고 즐겁게 훈련하던 어느 날, 갑작스레 팔꿈치가 탁 걸리면서 팔이 펴지지가 않았다. 무리한 운동 탓에 팔꿈치 뼈가 갈려서 뼈 조각이 깨지고 만 것이다. 팔꿈치 수술 후, 당연히 팔에 무리가 가는 링과 철봉, 평행봉 훈련은 할 수 없었고 이후 광주체고 진학 후에도 어쩔수 없이 마루, 안마, 뜀틀 세 종목만 훈련했고 반쪽선수로 지내다 보니 1년 후배인 양학선, 배가람의 그늘 속에 묻힐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방황하는 듯 하는 김희훈의 마음을 잡아준 사람 역시 오상봉감독으로 오감독과의 조우 이후 언감생심이라며 그 전에는 꿈도 못 꿨던 국가대표를, 1년에 많이 뽑아야 150여 명 중 8~9명을 뽑는다던 그 국가대표를 꿈꾸며, 김희훈은 다시 6종목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앞서가며 자신에게 걸림돌이라 생각했던 후배 양학선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남들이 한 번 할 때, 한 번 더하는 끈질김과, 야간훈련도 마다않는 투지로 20살 여름, 드디어 꿈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됐고,마침내 체육인에게는 가장 큰 무대인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마루가 제일 좋아요

올림픽의 출전 목표를 이룬 김희훈은 조심스럽게 메달의 꿈도 꾸고 있다. 이런 꿈같은 꿈을 꿀 수 있는 이유는 그에게는 마루운동이라는 주특기가 있기 때문이다. 마루운동은 사방 12m의 탄성 마루 위에서 공중돌기와 구르기를 조합해, 최대 70초 안에 10가지의 기술을 펼쳐내야 한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가치점이 높은 고난도 아크로바틱 기술을 연속적으로 많이 시도해야 하며 점수가 가장 낮은 A부터 B,C,D,E,F, 그리고 점수가 가장 높은 G까지 7개의 난이도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김희훈은 D와 E난이도를 구사하므로 수준 높은 마루운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E 난이도의 손 짚고 뒤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세 바퀴 반 돌기. 여기에 착지하자마자 앞으로 1바퀴 반을 도는 C난이도의 동작을 연결시켜 첫 번째 코스를 완성시킨다. 이렇게 두 개의 기술을 연결시키면 연결가산점 0.1점이 부여된다. 김희훈은 평균 스타트 점수(마루운동의 10가지 기술 점수를 합한 총점) 6.5~6.6정도를 소화하는데, 이번 선발전 땐, 6.7의 스타트 점수를 받으며 다른 선수들과 마루에서만 0.5점 차이를 냈다. 체조 결승에서 스타트 점수 0.1점 차이로 메달색깔이 바뀌는 걸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차이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조성동 대표팀도 “마루실력이 급상승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최고난이도 G난이도 기술을 훈련 중인데, 기존에 해오던 난이도보다 0.3점이 높으니까 6.8~6.9로 결승에 오를 확률이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루종목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1위에 올랐던 중국 저우카이의 스타트 점수가 6.9라는 점도 김희훈의 메달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는 보여주고 싶어요

김희훈은 사실 마루에서 이렇다 할 성적은 낸 적이 없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안마와 뜀틀에선 결승에 올라, 아깝게 4위를 했지만 그의 주종목인 마루운동에선 결승 진출자 8명에 들지도 못했었다. 김희훈은 “마루가 주종목이다 보니까 긴장을 더 했다. 큰 무대 경험도 없었고...”라고 당시를 회상한 뒤, “이제는 국제대회 경험도 있고, 도요타컵 때 3등도 해봤으니까 자신 있다. 올 해는 초부터 컨디션이 좋아서, 왠지 느낌이 굉장히 좋다.”며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태릉선수촌 들어오기 전에 나 김희훈은 완전 무명, 아무것도 없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태릉선수촌에 들어와 아시안게임을 뛰고 나니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더라. 한국의 체조선수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한창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나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다. 양학선은 어릴 때부터 보여줬으니, 이제는 나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라며 ‘김희훈’이라는 이름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 정선미 스포츠 리포터
  • 사진도현석 작가

Tip

1. 신기술은 어떻게 국제체조연맹에 등재되나?

국제체조연맹이 정한 절차를 밟아 인정받아야한다. 선수가 신기술을 개발했을때에는 기술을 시연한 모습을 CD 등에 담아 국제체조연맹에 제출하고, 그 모습을 국제체조연맹의 기술위원들이 모여 심사를 한후 결정하게 된다. 또 세계대회에서 직접 기술을 보여주며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양학선의 경우 2011 일본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기술로 금메달을 땄으며 결국 다음해인 2012년 1월 ‘양학선’이라는 이름으로 채점집에 등재됐다.

2. 왜 기술의 이름이 ‘양학선(Yang Hak seon)’인가?

‘신기술에 새 연기를 선보인 선수의 이름을 붙인다’는 국제체조연맹 규정에 따라 ‘YANG Hak Seon’으로 올랐다. 이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또다른 기술을 공인받을 경우 기존 기술은 ‘YANG 1’, 새 기술은 ‘YANG 2’로 등재된다. 한국국가대표였던 여홍철의 ‘여1’ ‘여2’가 대표적인 예다. 여홍철(현 경희대 교수)은 1993년 옆으로 굴러 구름판을 밟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고 착지하는 ‘여1’ 기술을 선보였고, 다음해 구름판을 정면으로 밟은 뒤 두 바퀴 반을 돌고 착지해 공중에서만 900도를 도는 ‘여2’ 기술로 발전시켰다. 여홍철은 ‘여2’ 기술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으며 지금도 세계적인 도마 종목 선수들은 이 ‘여2’ 기술들을 구사하고 있다.

 

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