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있는 수많은 축구 클럽들을 살펴보면
어느 팀이든 모두 나름대로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팀에 많은 것을 공헌한 레전드 선수들도 있다.
거기에 팀의 역사가 길거나 혹은 짧은 것은 의미가 없다.
가령 창단년도가 2003년으로, 그 역사가 10년에 못미치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내 고장의 팀인데,
인천 유나이티드에도 레전드 선수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임중용 선수이며 그는 은퇴 뒤에도 코치로도 활동하며 인천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K리그의 상당수 팀들이 창단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팀들이지만 우리들이 그 팀들의 레전드급의
선수들을 논할때 아무 거부감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
하물며 축구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경우는 역사만 해도 수십년에 달하는 클럽이 흔하다.
따라서 비록 오랜기간 유럽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클럽들 개개의
나름대로 역사가 존재하고 레전드들이 존재한다.
성적과 팀의 위상은 당연히 한 몸이지만, 성적과 팀의 역사가 반드시 필수불가결의 관계는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별볼일 없는 클럽이라도 팬의 입장에서 보면 추억하고 싶은 좋은 역사 혹은 팀에 큰 도움이 되었던 레전드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첼시 또한 마찬가지이다.
비록 1부리그 우승트로피 획득수나 기타 다른 대회에서의 수상 기록이 다른 유럽 명문클럽들과
비교하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첼시에도 나름대로 좋은 역사가 있으며 훌륭한 레전드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 첼시 클럽 최다 득점자 바비 탬블링
- 마치 지금의 주장 존 테리를 연상케 하는 선수, 첼시에서 수비수로 795경기를 뛰었으며 (첼시 선수 최다 출장 기록) 주장을 맡기도 했었던 론 해리스
- 1960~70년대에 사실상 첼시의 가장 슈퍼스타였던 피터 오스굿
- 첼시에서만 729경기를 뛰어서 첼시의 가장 위대한 골키퍼인 피터 보네티
- 설명이 필요없는 지안프랑코 졸라
- 첼시 선수시절에 FA컵, 리그컵, 유러피언 컵 위너스 컵 성공을 안겨주고 감독으로써는 클럽 역사상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안겨주었던 로베르토 디 마테오





(▲ 디 마테오에 대한 첼시팬들의 애정)


이밖에도 케리 딕슨, 로이 벤틀리, 데니스 와이즈 등등 첼시 현지팬들이 추억할 수 있는
레전드 선수들이 많다.

시시콜콜하게 왜 재미없는 잡설을 늘어놓았는가하면,
최근 첼시와의 결별 가능성이 높아진 프랭크 램파드가 이미 첼시 레전드 대열에 합류한,
팬들입장에서 보면 말그대로 살아있는 레전드이기 때문이다.

이번 12-13 시즌은 팀의 성적을 따질 필요도 없이 다른 이유들로 첼시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팀의 오랜 숙원이었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안겨주며 첼시팬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던
디 마테오 감독을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경질한 뒤 데려온 감독이
하필이면 첼시팬들이 싫어하는 베니테즈 감독인 것도 모자라서 팀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램파드와의 결별 가능성이 높아지자 첼시의 현지팬들의 원성은 대단히 높아졌다.






램파드 문제는 3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현지팬들의 입장, 클럽측의 입장, 램파드 본인의 입장이다.



1. 첼시 현지팬들의 입장


여기서 첼시팬이라 하지 않고 굳이 현지팬이란 말을 덧붙인 것은 아무래도 시기상 뒤늦게
첼시 경기를 접하기 시작한 해외팬들과 그리고 오랫동안 첼시 경기를 직접 눈으로 봐 온
첼시 현지팬들과의 차이가 염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1년전쯤에 썼던 글의 요지는, 이제 기술의 발달로 클럽의 현지팬과 해외팬의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그 차이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해외 위성 중계가 안되던 시절 첼시 경기들을 직접 경험했던 현지팬들, 그리고
해외팬들간의 그런 차이마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첼시의 레전드급 선수가 첼시 생활을 마무리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각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첼시 현지팬들의 원성을, 백퍼센트 지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살아있는 현역 레전드인 프랭크 램파드, 존 테리와 같은 선수들이 이적설에
휘말리는 그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선수의 현시점에서의 활약과 컨디션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활약이 심각할 정도로 너무 부진하다거나, 혹은 부상이 아님에도 경기에 거의 못나온다거나 아니면 선수 본인이 반드시 팀을 떠나고 싶어하는 문제도 아닌데
비록 나이가 많다고는 하나 최근 아스날과의 루머, QPR과의 루머가 뜨는 등 램파드는 그래도 아직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이러니 현지팬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일종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첼시에게 마지막 선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고 떠난 드록바에 선례에서,
어쩌면 테리와 램파드라는 차기 레전드감 선수들도 놓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말이다.
첼시가 이제서야 명문 클럽으로 가는 발판을 닦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팀의 레전드 선수들에
대한 대우 문제에서도 확실히 하고 싶은게 현지팬들의 마음일 것이다.
팀의 역사, 위상, 상징성 이런 것들과 팀 내 레전드 대우 그리고 클럽이 명문이냐 아니냐 문제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2. 첼시 클럽의 입장


최근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한가지 방침을 선언했다.
팀내 노장 선수들에게는 다년 계약을 제시하지 않고, 1년씩 단기재계약만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던 것은 에쉴리 콜이었다.
그는 그 이후부터 끊임없이 파리 생제르망 등 다른 클럽과 링크가 뜨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향을 세웠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선수의 경기력, 재정문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오랜 기간동안 첼시의 붙박이 주전으로 뛰어오던 램파드는 이번 시즌은 더이상 첼시의
주전 선수라 부를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부상, 나이, 피지컬의 저하 등 각종 문제가 겹쳤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전 등극은 힘들어보이는 상황에 이르자 첼시 클럽측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게 바로 주급 삭감 조건이 포함되어있는 단기재계약이다.

존 테리의 주급은 17만파운드(대략 3억원), 램파드의 주급은 15만파운드에 이르는 고액이다.
(참고 - 클럽 최고액 주급 수령자 페르난도 토레스는 3억2천의 주급을 받는다)
존 테리는 아직 램파드보다 2살 어리고 아직 첼시의 주전 센터백으로 손색이 없으니 그렇다해도
주전이 아닌데다가 이제 축구선수 생활 후반기에 있는 램파드에게 15만파운드 2년 재계약을 제시한다는 것은 클럽 입장에선 은근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클럽에서 램파드에게 재계약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고,
재계약할 의지가 있긴 하지만 원하는 조건은 1년 단기계약임을 암시했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첼시의 재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유럽 축구계에 큰 지각변동인 FFP가 이적료같은 단발성 지출보다는 팀 선수단 주급 체계와 같이
정기적인 지출에 좀더 주목하는 제도인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또다른 쪽에서는 첼시가 그동안 적지않은 스폰서를 유치해내며 FFP에 만전을 기해왔다는
것을 지적하며
(사실 FFP로 첼시, 맨시티 같은 클럽들이 직격탄을 맞으리라 예상되었으나
첼시, 맨시티, 파리 생제르망 등 부자 클럽들은 많은 거액 스폰서를 따내는 방식으로 수입을 대폭 늘림으로써, 사실상 FFP에 가슴졸이는 사태를 차단했다)
FFP 이유는 핑계가 아니냐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주 15만 파운드의 지출은, 레전드 대우라고 생각해도 고액 지출인 것은 변함없고
아무리 스폰서들을 대거 유치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FFP를 항상 고려를 해야한다.
플라티니를 비롯한 UEFA의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현재 과도하게 인플레가 심해져버린 축구 재정 규모를 장기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건전하게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그 취지에서 바라보는 17만 파운드 혹은 15만 파운드의 주급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두 레전드인 긱스와 스콜스의 경우를 보면 그들의 재계약은 단기적이었으며 주급 또한 삭감되었다.




(움짤 속도는 구글 크롬에 최적화)






(▲ 2012년 12월 23일 오랜만에 리그 선발출전한 램파드는 오랜만에 중거리골을 터트렸다)



3. 램파드 본인의 입장


램파드는 사실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서 첼시에서 은퇴하고 싶음을 직접,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ESPN과의 2012년 2월 인터뷰에서는,
"전 첼시에서 오랫동안 있었지만 이제 33살입니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봐야합니다.
매경기 모두 선발로 나오기를 원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만약 벤치에 앉게되더라도 전 그저 첼시가 승리하는 것을 원합니다."

라고 말하며 예전처럼 붙박이 주전은 아니어도 좋다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그렇다고 벤치멤버여도 좋다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2012년 12월 첼시가 클럽월드컵을 치르고 있던 시점에 영국 텔레그레프지에 나온 램파드 인터뷰를
살펴보면, 비록 나이가 적지않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기에 정기적으로 출장하고 싶은 의욕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이 첼시에 대한 애정은 크지만 첼시와의 결별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으며, 이적 가능성 또한 암시했다.

이런 일련의 인터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첼시로 은퇴할 것만 같았던 램파드의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에서 램파드가 개인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축구선수라면 경기에 많이 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않다면 선수 본인의 의욕을 위해서 타팀으로 이적해 더 많이 뛰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소속팀에서 은퇴할 것만 같았던 각 팀들 레전드 선수들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적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램파드가 자진 주급 삭감 조건 제시 등 첼시를 위해 노력을 더 해야하는거 아닌가라는
식으로 그를 비판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단지 본인의 생각 차이일 뿐이며 여기서 옮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설사 팀을 떠난다할지라도, 드록바의 경우처럼 팀 그리고 팬들과 좋게 헤어지고
다른 팀에서 자주 나오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선수 본인에게도 좋은 결과가 될테니 말이다.







4. 결론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난 첼시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램파드의 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을 제외하면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램파드이다.
따라서 마음속으로는 첼시에서 은퇴했으면 하는 생각이 크기는 하지만,
끝내 클럽과 램파드가 재계약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본인이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응원을 계속할 것 같다.
그것이 비판받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첼시 클럽측에서는 최소한의 예우는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램파드 본인은 정말로 팀을 떠나기 싫은데 로만 구단주가 내쫓아서 쫒겨나는 꼴이 아니라,
쌍방이 좋게 마무리를 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은 첼시를 지탱하는 첼시 현지팬들의 원성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문제는 선수나 클럽이나 어느 한쪽을 비판할 문제가 아니다.

클럽과 선수 모두 좋게좋게 해서 마무리를 잘 끝맺는다는 전제하에,
꼭 첼시에서 은퇴해야만 팀의 상징성이 세워지고 위상이 드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램파드가 첼시에서 이루어놓은 업적과 팀에 대한 공헌은 그가 첼시에서 은퇴를 하든 안하든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되었다.

이미 그는 첼시의 상징적인 선수이며 클럽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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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