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드나 2선 자원에서 현재 레알의 문제를 찾는 건 온당치 못하죠. 현재 포워드 라인의 문제는 벤제마, 이과인 잔부상 때문이라고 봐야하고, 실상 레알의 포워드-2선 자원은 현재 유럽의 어느 클럽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인 부분이 있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미들 라인에 있습니다. 사실 지난시즌 정도부터 슬슬 4231의 한계가 경기에서 드러나긴 했습니다. 벤제마/이과인-날두-외질-디마리아라는 네 명의 공격 자원의 부하를 플랫 미들이 감당해야했고, 그 때문에 중반기 꺾이면서 알론소 체력 부하가 왔고, 그와 동시에 레알 경기력은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케디라는 알론소처럼 중원 라인에서 자기가 직접 볼을 만지고 다루어야할 자원이지 다른 자원들의 커버를 쳐주고 뺏긴 주도권을 되찾는데 기여할만한 선수는 아니었으며 라쓰는 이런 걸 해줄 수 있어뵈긴 하는데 지가 할 생각이 없어보이니까요. 죽 레알 미들들을 늘어놓고 보면 발도 느리고, 운동량이 엄청나지도 않아 가장 커버 플레이에 취약해보이는 게 알론소인데 정작 커버 플레이 자체는 알론소가 가장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과부하가 11/12시즌 전반기에 그야말로 만능 미드필더 알론소를 만든 것이고, 전반기가 끝나자 체력 방전을 가져오죠. 레알 경기 꼼꼼히 챙겨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일정 시점 이후로 중원에서 레알의 볼배급이나 주도권은 라쓰가 맡아하는 모습이 왕왕 연출되었습니다. 케디라는 아웃이었고, 알론소는 방전 상황이었으니까요. 이러니 롤러코스터를 탄 게죠.


요약하면 지난시즌 중반 이후의 레알 경기는 미드필더에게 떨어지는 과부하를 포워드진의 우수한 개인 기량과 수준 높은 페네트레이션으로 극복하는 양상이었다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디마리아가 부진하고, 날두를 받치던 마르셀로가 아웃되었으며, 벤제마와 이과인이 둘 다 잔부상으로 신음하는 올시즌 문제가 터지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지요. 이 점을 보면 알 수 있듯 지난시즌과 올시즌의 차이는 당연히 포워드 라인이긴 합니다. 지난시즌 우승의 동력이 미들의 주도권이고 나발이고 우월한 개인 기량과 고도의 페네트레이션으로 몇골이든 따낸 포워드 라인의 집중력인 건 사실이니까요. 헌데 포워드진의 이같은 퍼포먼스는 매시즌 일반적으로 기대할만한 성질의 것인진 아무래도 의문이 들지요(실제 그 때문에 지난시즌 중반 즈음부터 레알이 끝까지 이렇게 경기할 순 없을텐데...라는 우려가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나오긴 했습니다. 쨌든 리그 차원에서 레알은 끝까지 끌고 갔으니 그 우려는 기우였던 셈이지만 올시즌 모습을 보면 마냥 기우는 아니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지난 경기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줬던 것처럼, 이에 관한 대책을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찾는다면 마지막 퍼즐은 포워드 라인이 아니라 미들 라인에서 찾아야할 것이구요.

이를 감안할때, 모드리치의 영입은 2미들에서 3미들로 전환을 의미하지 않나 싶었는데, 지난 에스파뇰전의 미들 운용을 보면 그럴듯하더군요. 경기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알론소는 거의 센터백과 동일선상에서, 수비시 컷팅과 그야말로 후방 빌드업을 위한 최소한의 롤만 맡습니다(소시지 시절이야 안 봤으니 모르겠고, 리버풀 시절까지 통틀어도 알론소가 이렇게까지 후방에서 놀기만한 경기가 잘 없습니다.). 즉, 알론소는 미들과 수비 라인의 커버 플레이만 주력한 것이죠. 심지어 수비 라인에서 미들 라인으로 올라갈 일이 있을때도 알론소가 아니라 라모스가 오버랩을 나갔습니다. 그외 미들 라인의 업무는 모드리치와 케디라가 포괄적으로 분담하구요... 딱히 누가 어떤 역할을 고정적으로 했다기엔 둘 다 모두 이것저것 다 해줬죠. 여러모로 박투박다운 움직임이었습니다.

경기는 결국 비기긴 했습니다만 4321로 나왔던 에스파뇰전 레알의 경기력은 그럭저럭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익숙치 않아서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복되거나 엉키는 모습도 있었는데(예컨대, 경기를 와이드하게 가져가지 못하

고 죄다 중앙만을 파고, 패스의 방향이 지나치게 직선적이며, 전부 다 찔러주기만 하지, 돌아들어가거나 침투하는 놈들은 거의 뵈지 않는 장면 등이요.) 일정 시점이 지난 이후엔 나름 안정되는 모습이 보여졌고, 무엇보다도 그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종종 보여주었던, 중원의 주도권을 내어준 채로 미들을 생략하는 경기 운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까요. 뭐, 지적한 문제점이야 분명 문제이긴 할테지만요.

그리고 그 퍼즐은, 지난 경기에서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은 롤을 맡아 제한된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던 알론소의 대체 자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2미들에서 마스체라노와 같은 헌신적인 파트너를 옆에 끼고 미들 전반의 포괄적인 롤을 맡아야하는 선수에게 미들 라인에서의 커버 플레이만 맡긴다는 건 영 어울리지 않죠. 마침 알론소도 재계약을 거부한 채 친정팀(소시지든 버풀이든)으로 복귀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지난시즌 후반기부터 베스트 폼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올시즌 끝날 즈음 되면 레알이 가장 먼저 찾는 건 미들 라인에서 커버 플레이를 능숙히 해주며, 모드리치나 케디라식 업템포에 살짝살짝 제동을 걸어줄만한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 이를 의도했는지 아닌진 알수가 없는데 쨌든 해당 맥락에서 모드리치의 영입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지게 될 것 같네요. 물론 이 모두는 일단 올시즌이 무사히 끝나서 무링요가 연임하게 된다는 가정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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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