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역이나 테크닉은 사실 명백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이야길 하지만 어디 음악이 그런 것으로 전부 평가
되겠습니까? 실은 이 글 쓰는 것은 며칠전 자다가 김현식 노래 듣고
잠이 번쩍 깨여서 말이죠. 솔직히 전 요즘 나오는 노래 들으면
짜증 부터 납니다. 개중엔 오랜 시간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친구들도 있지만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는 친구도 적지 않죠.
노래 좀 한다는 친구들도 보면 느껴지는 감성이 신선함과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즉 감각적인 연주를(보컬) 하는 이들
은 아주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김현식의 노랠 보면 최고가 B입니다. 별로 안올라가죠.
그렇지만 그의 노래들은 사람 가슴 속에 와닿습니다. 아~~
작곡이 잘 되어서 그렇다구요? 그가 작곡한 노래들은 대개
상당히 촌스럽다는 평을 듣습니다. 자기의 물리적인 한계와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필에 충실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악조건
에도 불구하고 호소력있는 소릴 낸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는 그의 탁월한 톤이 아닌가 합니다. 서양음악과
달리 국악에서는 톤을 중시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음역이나 꾸민음같은
물리적인 기교보담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겁니다.
소위 [득음]을 하기 위해 한을 품던,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하던,
그야 자기 맘이겠지만 저는 그 [한]이라는 말을 다양한 경험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음악적인 경험도 경험이지만 세상에서 인간과
교류하면서 얻은 경험도 연주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음악에 유감스러운 점은 자기 이야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감각적=경박함은 아닙니다. 예술이라 일컫을 만한 음악이
없다는 뜻입니다. 예술은 비록 철학만큼 깊고 논리적인 사고체계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세상에 대해서 직관적인 이해를 가능케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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