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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06 기미가요를 거부한 나카타와 기미가요를 따라 부른 이충성

개인적으로 나카타 히데토시를 참 좋아했다
일본 선수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나마 정이 가는 선수이기도 했다
K리그에서 뛴 것도 , 그렇다고 한국과 큰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과거 한일전 축구를 할 때면 한국 선수들이 기를 쓰고 달려 들어야 했을 만큼 한국팀으로서는 '요주의 인물' 그 자체였다
한국 축구의 가장 위험한 적이었던 동시에 한국 축구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선수
그가 바로 나카타 히데토시다
나카타는 여느 일본 선수들과는 많이 달랐다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 또한 남달랐다
내면 뿐 아니라 외면적으로도 나카타는 언제나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일본 축구계의 대표적인 '패셔니 스타'이기도 했다
축구장이든 아니면 사적인 자리이든 나카타가 가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팬들의 시선이 쏠렸고 언론의 관심도 쏟아졌다
일본 축구계의 첫번째 슈퍼스타
그바 바로 나카타 히데토시다


본인은 나카타의 당당함이 참 좋았다
속된 말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쫄거나 기죽는 법이 없었다
그의 강심장 같은 담력은 특히 축구장에서 유난히 더 빛났다
특히 나카타가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거칠게 없었던 시절
그는 뜻밖의 행동으로 일본내 우익 인사들의 빈축을 사곤했었다
'기미가요 제창 거부'
우익 성향을 가진 일본인들은 나카타가 국제 시합 전 국가 제창시 울려 퍼지는 기미가요를 자랑스레 불러주기를 원했다
일본의 슈퍼스타인 나카타가 기미가요를 열렬히 따라 부른다면 그 모습을 본 일본 국민들이 자신들의 애국심을 한층 더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나카타의 입은 언제나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주위 다른 동료들은 가슴에 손을 얹는다던가 눈을 감는다던가등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섞어가며 기미가요에 대한 예를 갖추고는 했는데 유독 나카타 만큼은 때론 껌을 씹는다거나 가볍게 몸을 푸는등의 불손한 제스처를 취하며 히노마루(일장기)와 기미가요에 대한 경의는 조금도 표하지 않았다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대한 나카타의 하늘을 찌르는 듯한 건방진 행동은 금새 우익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카타를 향해 날선 비판과 때론 거친 협박까지 몰아쳤다


기미가요는 축구하기 전 따라 부르기에 적합한 노래가 아니다' '체질적으로 강요받는 것이 싫다'
한창 기미가요 거부 사건으로 일본을 떠들석하게 했을 시점 나카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기미가요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애써 외면한 나카타가 '매국노' 라는 식의 탐탁치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겠지만 사실 기미가요는 한 나라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맞지 않는 면이 많다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시절 냄새를 물씬 풍기게 하는 차라리 군가 같은 느낌
가사 내용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일왕에 대한 찬양 및 숭배 일색이다
일본 내에서도 기미가요가 한 나라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나카타와 마찬가지로 애써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하는 일본인들도 그 수가 적게나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우경화가 가속화 되어가고 있던 현재의 일본 사회에서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는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더욱 고취시키고 일본을 하나로 묶는 '강요된 애국심의 숫자놀음'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창 주목 받던 초기에는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언제나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했던 나카타였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우익들의 협박 앞에서는 그 역시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마지못해 우물거리는 수준으로 기미가요를 따라 불렀고 선수 생활 내내 나카타를 향해 따라 다니던 '기미가요 제창 거부'에 대한 협박 또한 그제서야 끝날 수 있었다


일본대표팀 내에서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지 않았던 선수들은 나카타 말고도 몇 명이 더 있었다
'후지산 대폭발 슛'으로 유명한 야나기사와가 그랬고 독일 월드컵 당시 일본 대표팀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후쿠니시도 그랬다
이들이 당시 왜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이 둘 당사자 본인들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입을 뻥긋거리는게 귀찮아서 그런 것일수도 아니면 가사를 몰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자신들의 양심과 맞지 않아 일부러 제창을 거부한 것이라면 이들 역시 나카타와 마찬가지로 '용감한 녀석들' 명단에 포함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기미가요를 거부한다는 것은 점점 우경화가 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국가주의의 상징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과 아무 연관 조차 없는 낯선 일본 선수들이지만 전 세계인들이 모두 지켜보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괜시리 나카타와 더불어 이 두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순수 일본인들인 나카타와 , 야나기사와 , 후쿠니시는 분명하게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지 않았었다
모두 일본 대표팀에서 잔뼈가 굵고 '한 인기'하는 선수들인데도 그랬다
하지만 과거부터 되돌아보면 순수 일본인이 아닌 일본에 귀화한 외국 선수들이 오히려 이들보다 더 열렬히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는 한다
귀화 1세대라고 표할 수 있는 라모스와 , 로페즈가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그 뒤 2세대인 산토스 역시 겉은 완벽하게 브라질인이지만 생각과 의식 자체는 100% 일본인화가 되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를 잇고 있는 귀화 3세대인 지금의 이충성과 , 하베나르
공교롭게도 이충성과 하베나르 역시 전 세대 귀화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대한 거부 의식은 전혀 없어 보인다
두 선수의 부모들은 모두 철저한 한국인과 , 네덜란드 분들이다
단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일본일 뿐이지 몸속에 일본인의 피는 단 0/1%도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적과 사상 자체가 본토 일본인들과 전혀 다를게 없는 이들에게 기미가요는 전혀 기피할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곧잘 따라부른다
이 역시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똑같은 부분이다


이충성은 귀화하고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기미가요 제창시에 여느 일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기미가요를 똑같이 제창한다
우물거리거나 뻥긋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분명하게 따라 부른다
일본 대표팀이 경기할시 이충성이 그 무리에 껴서 같이 기미가요를 제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7년 일본에 귀화하고 일본 대표팀을 입은 순간부터 이충성은 그래왔다
솔직히 본인도 아무 거리낌 없이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는 이충성을 보고 처음에는 많은 실망감과 이질감을 느끼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철저히 이충성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래야만 하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 가운데서는 여전히 이충성을 인정하지 않는 무리들이 많이 있다
기량이나 경기력 부분이 아니라 철저히 '재일 한국인 출신'이라는 태생적인 이유에서부터 오는 거부감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베나르 역시 이충성과 전혀 다를게 없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하베나르에게는 좀 더 관대하다
하지만 유독 이충성에게만큼은 더욱 날카로운 눈초리와 비난이 따른다
그래서 아주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충성은 이런 어두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는게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가뜩이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재일 한국인 출신' 이충성이 기미가요까지 거부한다면 이충성은 나카타보다 몇 배는 더 심한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미가요를 순순히 따라 부르면 애시당초 더 큰 '떡밥'은 생기지 않는다
경기력 부분에서는 비판 받을 수 있겠지만 경기력과 전혀 관계 없는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욕을 먹을 건덕지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록 국적은 바꿨지만 여전히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은 버리지 않은 이충성
기미가요를 따라 부른다고 해서 그가 '반 쪽바리'에서 '완전한 쪽바리가' 로 바뀐 것은 아니다
기미가요는 하나의 도구이자 방편이고 이충성은 그 도구와 방편을 영리하게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정말 그런 생각으로 이충성이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는 것이라고 믿고 싶고 또 믿을 수 밖에 없다

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