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르투와 PSG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다른 빅클럽들의 경기에 밀려(포르투와 PSG가 빅클럽이 아니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소간 사람들의 관심밖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본인 또한 두 클럽간의 매치업에 큰 관심을 갖지않으면서 리뷰를 쓸 생각은 따로 하지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보니 경기는 상당히 흥미로운 양상으로 90분 내내 진행되었고, 본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경기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서 본인이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은 경기 과정에서 최근에는 상당히 보기 힘든 '포메이션간의 상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것인데,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두 팀의 포메이션을 핵심 키워드로 해서 간단하게 경기 양상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양팀 선발 라인업



<4-3-3의 포르투>




<4-3-1-2, 혹은 4-4-2 다이아몬드 형태의 PSG>



우선 핵심 키워드가 '포메이션'인 만큼 기본적으로 양팀의 포메이션을 먼져 살펴보자.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양팀은 모두 자신들이 리그에서도 주로 활용하고 있는 포메이션을 그대로 들고나왔으며, 포르투의 경우에는 4-3-3, PSG의 경우에는 4-3-1-2, 혹은 4-4-2 다이아몬드 형태로 불리는 포메이션을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4-3-3 vs 4-3-1-2



기본적으로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포메이션간의 상성'이라는 현상이 다소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현대 축구에서는 팀이 보유한 선수의 특징이나 능력에 따라서 경기 중 수시로 비대칭적인 형태나 변칙적인 형태로 포메이션이 변화하게되었고, 이로 인해서 이러한 상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경기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위에서 말했듯이 '포메이션간의 상성'이 90분 내내 굉장히 뚜렷하게 이어지는 모습이었는데, 바로 4-3-3을 활용하는 포르투가 4-3-1-2를 바탕으로 한 PSG에게 경기내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이다.






최종 스코어가 1대0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사실로 인해서 경기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비등비등한 경기였지만 홈팀인 포르투가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두었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위의 경기 내용 통계치를 보게 되면 볼 점유율에서는 양팀이 크게 차이를 드러내지 않지만, 공격 관련한 수치를 보게되면 포르투가 PSG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경기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슛팅 숫자에서 무려 20:6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차이는 유효 슛팅 숫자에서도 13:2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이어진다.



수치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PSG의 공격은 경기 내내 상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반면에, 포르투는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상당히 활발한 플레이를 선보였던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경기 스틸샷을 통해서 두팀이 활용한 포메이션간의 상성이 어떠한 형태로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첫번째로 PSG가 수비를 펼치고 있고, 포르투가 공격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 스틸샷이다. 빨간색 원으로 강조한 부분으로 인해서 양팀의 전체적인 포메이션을 파악하는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위 상황에서 양팀이 취하는 포메이션은 굉장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포르투는 역삼각형 형태로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3-3의 형상을 취하고 있고, PSG의 경우에는 밀란 감독 재직 시절 안첼로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었던 4-3-1-2의 형태로 4명의 미드필더가 배치되어 있다.



전체적인 양팀의 선수 배치가 어떤지를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빨간색 원으로 강조한 부분에 유의해서 위 상황을 살펴보자. 빨간색 원은 공격을 위해서 전진해 있는 포르투 선수들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PSG 선수들의 매치업을 나타낸 것인데, 어느 정도 포메이션 간의 상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본인이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3-1-2는 전방에 두명의 공격수를 포진시켜서 활용하는 시스템이고, 이말은 즉 4백을 활용하는 팀이 2명의 공격수를 상대로 숫적 우위를 확보하고도 1명의 잉여 자원이 발생하게 됨을 의미한다. 위 상황에서 포르투는 이러한 점을 굉장히 적절하게 활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잉여 자원으로 남는 선수가 생겨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왼쪽 풀백인 알렉스 산드루 선수를 공격에 가담시킴과 동시에, 이를 통해서 PSG 오른쪽 미드필더인 샹톰이 자신의 마킹맨인 무티뉴를 버려둔 채 전진 수비를 펼치게끔 만들고 있다.



만약 PSG의 포메이션이 4-3-1-2가 아닌 4-5-1, 혹은 4-1-4-1 이었다면 양쪽 측면 미드필더들이 이러한 풀백의 오버래핑에 대응하면서 중앙에서 숫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PSG는 수비 상황에서도 1과 2 자리에 위치한 3명의 선수들에게 수비 부담을 주지 않는 4-3-1-2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팀이었고, 포르투 풀백들의 오버래핑에 대한 수비가 전적으로 3의 좌우 미드필더들에게 맡겨지면서 4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하면서도 미드필드 싸움에서 숫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다.



위 스틸샷에서 다른 선수들처럼 빨간색 원으로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샹톰의 전진 수비로 인해서 프리로 놓인 무티뉴를 견제하기 위해서 베라티가 접근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숫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형태가 반복된 PSG의 수비 전술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베라티의 전체적인 수비력이나 수비 위치 선정이 포르투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은 경기내내 PSG가 포르투의 풀백-중앙 미드필더-윙포워드로 이어지는 커넥션에 휘둘리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계속되는 스틸샷을 통해서 PSG가 어떤식으로 경기내내 포르투의 공격에 흔들렸는지를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양팀이 첫번째 스틸샷과 동일한 형태를 유지한 상황에서 공을 잡은 바렐라가 볼을 몰고 가운데로 침투하면서 측면에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 샹톰은 알렉스 산드루를 견제하기 위해서 오른쪽 측면으로 전진해있고, 무티뉴는 베라티를 어렵지 않게 따돌리고 바렐라가 만들어낸 측면 뒷공간으로 침투한다.




이번에는 포르투의 공격 방향이 왼쪽이 아닌 오른쪽일 경우의 상황이다. 왼쪽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데,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포르투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페르난두가 상당히 전진하면서 페르난두에 대한 수비를 PSG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네네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 무티뉴가 아닌 루초가 전진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정도이다. 이번 상황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베라티인데, 다른 선수들의 매치업과는 다르게 검정색 선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게되면 PSG의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에 루초가 베라티에게 프리한 상태로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라티의 방해 없이 오른쪽 센터백과 풀백 사이로 자유롭게 침투를 감행하고 있는 루초. 위의 상황들 보다는 좀 더 박스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지만, 베라티는 뒤늦게 이를 감지하고 움직이고 있다.






바렐라가 왼쪽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변칙적으로 하메스 로드리게스까지 오른쪽이 아닌 왼쪽측면으로 이동해 온 상황. 이 상황에서 하메스를 막아야하는 건 수비적으로 프리 상태에 놓여있던 베라티였지만, 베라티는 엉뚱한 곳에 위치 선정을 하고 있었고, 하메스는 그대로 박스 앞까지 드리블해 들어가 위협적인 슛팅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스틸샷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포르투는 포메이션상의 이점을 교묘하게 활용해서 자신들이 공격을 할 때 순간적으로 숫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계속해서 성공을 했고, 반면에 PSG의 경우에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기내내 휘둘리는 양상을 보이고만다. 사실 이부분에서는 안첼로티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리그 초반 무난한 활약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챔피언스리그 레벨에서는 검증이 되지 않은 베라티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선수를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경솔한 행동이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되지 않아 컨디션면에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모따나 시소코, 둘 중 한명은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는 반드시 포함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이번 경기는 양팀의 포메이션에 기인한 전술적인 부분이 그 어떤 요소보다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포메이션과 전술이라는 것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요소들이 경기의 양상을 얼마나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포메이션과 전술이 경기의 많은 부분을 판가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술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포르투의 선수들이 영리한 플레이로 PSG의 전술적인 맹점을 상당히 잘 파고 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특히 결승골까지 득점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활약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약점을 드러내는 베라티로서는 교대로 전진하는 무티뉴와 루초, 사이드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바렐라와 하메스에게 시달리며 악몽과도 같았던 90분이었을 것이고 말이다.





<최근 팔카오와 함께'콜롬비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하메스 로드리게스>

DanielAlves   하메스 쪆쪆 '3' 사진이 짤려서 안보이는지라 집에 가서 사진과 함께 정독하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suboil2002 -   [211.61.xxx.165]
10/05 10:06  
이노란   잘봤어요~ 일관된 전술 운용을 보이는 안첼로티 감독의 한계를 잘 집어주신듯...
결국에 저런 시스템은 개인능력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음.
- iori509 -   [125.132.xxx.102]
10/05 12:02  
SamedYesil   고 퀄리티의 글 감상했네요^^ 개인적으로 아쉬운건 포르투가 팔카오, 헐크등 팀의 득점을 책임지어주던 에이스들이 빠지니깐 과거의 포르투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져보이네요! 물론 로드리게스가 분전하고 잇고 그 힘으로 포르투가 순항하고 잇지만 아직 팔카오나 헐크의 완벽한 대체자는 아닌것 같습니다. 뭐 물론 아직 어리고 포르투가 워낙 선수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잇으며 하메스의 잠재력은 탑급이라 잘 큰다면 엄청난 선수가 될거같습니다 ㅎㅎ
- dbswo626 -   [175.249.xxx.84]
10/05 14:32  
SergioRamos   ㄴ 저도 그 부분에서는 공감을 하네요.팔카오와 헐크 같은 경우에는 전술적인 역할도 역할이지만 득점이라는 부분에서 워낙 큰 몫을 차지했던 선수였으니까요. 특히 마르티네스의 경우에는 플레이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데 득점력이라는 부분에서 팔카오의 그것과는 비교할 바가 못되니...
- LWingBack -   [61.106.xxx.9]
10/05 14:53  
SergioRamos   근데 또 뭐 생각해보면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 같은 경우에는 보아스 보다는 확실히 공격적인 색깔이 덜한 감독이어서 팔카오나 헐크가 그대로 있었다고해도 보아스 시절만큼 압도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ㅋㅋ 관심갖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LWingBack -   [61.106.xxx.9]
10/05 14:53  
SergioRamos   이노란 // 저는 사실 전반전이 끝나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된 모습으로 PSG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선수 교체를 통한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본질적인 전술 변화가 필요하지않나 생각합니다.
- LWingBack -   [61.106.xxx.9]
10/05 14:56  
SergioRamos   DanielAlves // 사진이 잘리시는군요ㅠ얕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정독해주신다고하니 감사합니다
- LWingBack -   [61.106.xxx.9]

 

 

포스팅이 유익하셨다면, 추천(로그인 필요없음) 한번 꾸욱!!

1초의 선택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