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리가에서 5년 만에 다시 열린 갈리시아 더비. 한 때 모스토보이와 자우밍야가 이끌며 위용을 떨쳤던 갈리시아 축구는 2000년대 중반, 강등과 재정난으로 인해 스페인 축구계에서 변방으로 전락했고 소외되기 시작했다. 셀타는 2006/2007 시즌을 끝으로 세군다로 강등당했고 데포르티보는 매 시즌 강등설에 휩쓸리다 결국 2011/2012 시즌 결국 셀타를 따라 세군다 행을 확정지었다.



5년이라는 시간은 축구계에서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양 팀에서 아직도 뛰고 있는 선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 중 일부인 발레론과 보르하 오우비냐. 어느 새 두 선수는 이제 20대가 아닌 30대에 접어들었다. 또한 각각 데포르티보와 셀타의 주장이자 자신의 클럽을 대표하는 선수로써 자리매김했다.



셀타를 오랫동안 이끌던 '짜르' 모스토보이가 떠난 자리는 이제 이아고 아스파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등번호도 모스토보이가 달던 10번을 달고 있으며 지난 시즌 세군다 리가에서의 맹활약을 이번 시즌 라 리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알렉스 역시 데포르티보 유스팀 출신으로 어느 새 중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발레론과 오우비냐가 이제 데포르티보와 셀타의 과거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알렉스와 아스파스는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할 수 있겠다.



셀타는 지난 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그랬듯 4-2-3-1 포메이션에 주축 선수들이 한 선수도 빠짐 없이 경기에 참가하며 베스트 11로 갈리시아 더비에 출전했다.

하비 바라스 / 로베르트 라고, 투녜스, 카브랄, 우고 마요 / 보르하 오우비냐, 알렉스 로페스 / 미카엘 크론-델리, 베르메호,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 / 이아고 아스파스



데포르티보는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아벨 아길라르가 부상으로 결장하며 후안 도밍게스가 대신 출전한 것을 빼고는 지난 라운드 바르샤 전과 동일하게 경기에 임했다.

아란수비아 / 라우레, 마르체나, 제 카스트로, 아요세 / 알렉스, 후안 도밍게스 / 피찌, 발레론, 가마 / 리키

● 경기 양상 -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셀타와 데포르


▲ 첫 골의 주인공, 마리오 베르메호

경기 초반, 데포르티보가 밀어부치는 양상을 보였으나 지난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역습 시 뒷공간을 내주며 셀타에게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로베르트 라고가 공을 끊어낸 후 이아고 아스파스에게 전달했고 이아고 아스파스는 빠른 발을 이용해 돌파 후 베르메호에게 어시스트를 제공했다. 전반 8분 만에 셀타가 득점하는 순간이였다. 이미 세군다 리가에서 지난 2번의 맞대결이 있었기에 파코 에레라 감독과 셀타의 선수들은 데포르티보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는 셀타였고 또한 세밀한 역습에 취약해왔던 데포르티보는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경기 주도권을 내주게 되었다. 1선에 위치한 아스파스와 크론-델리 그리고 풀백인 라고와 마요를 중심으로 셀타의 공격은 한 층 더 세밀해지고 날카로워 졌다.

데포르티보는 실점 후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양 윙어들인 피찌와 브루노 가마의 활약이 그다지 좋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우고 마요와 로베르트 라고의 수비가 너무나 좋았는데 특히 브루노 가마는 수없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으나 단 한 번도 셀타의 측면을 공략하지 못했다. 피찌 역시 볼 트래핑이나 드리블이 평소보다 좋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리키와 발레론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데포르티보를 구한 선수는 역시나 발레론이였다. 측면에서 효율없는 공격이 계속되자 공은 자연스럽게 발레론을 거쳐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전반 29분, 셀타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틈이 보이자 발레론은 언제나 그랬듯이 천재성을 어김없이 발휘하며 후안 도밍게스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 경기에서 가장 큰 터닝 포인트 중 한 가지는 바로 후반전 셀타의 센터백 구스타보 카브랄의 퇴장이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 레반테에서 보여줬던 철벽의 모습은 사라진 듯한 카브랄이다. 참고로 9경기에서 5번의 옐로우 카드 그리고 1번의 레드 카드를 받았다. 리키가 계속해서 좌우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왔고 어김없이 이번에도 카브랄을 앞에 두고 리키는 돌파를 시도할려는 상황이였다. 그러나 카브랄이 리키를 막는 과정에서 뒤늦은 태클로 파울을 범했다. 이미 옐로우 카드가 한 장 있었던 그에게 마옌코 주심은 또 한 번 더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었고 퇴장을 명령받았다. 카브랄의 퇴장으로 셀타는 베르메호를 빼야만 했고 공격 시 숫자가 적어지며 공격 전개에 차질을 빚었다. 또한 베르메호의 교체는 박주영의 출전 시간을 줄게 한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교체당한 후 카메라에 비춰진 베르메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카브랄의 퇴장으로 인해 데포르티보는 수적 우세를 점하며 공격의 흐름을 가져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날 또 한 가지 터닝 포인트인 리키의 교체로 인해 좋아질 것 같았던 흐름은 완전히 끊겼다. 엄연히 이 교체는 올트라 감독의 판단 실수였다. 리키는 양 윙어들인 피찌와 가마가 부진했기에 평소보다 자주 좌우 측면을 빠져나가 플레이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고 2선에서 오는 패스를 동료들에게 간결하게 잘 전달해주기도 했다. 발레론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윙어 역할까지 겸하며 1인 2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기에 리키의 교체는 적절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올트라 감독은 리키가 아닌 최악의 활약을 보였던 가마를 교체해야만 했다.

리키를 대신해 교체 투입 된 넬손 올리베이라는 한 번의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그 뿐이였다. 여러모로 트리스탄과 유사한 점이 많으나 아직은 다듬어 져야할 부분이 많은 선수다. 셀타 전에서도 그랬고 분명 순간적인 축구 센스나 개인 기량은 나이 대의 유망주들에 비해 좋은 편이나 동료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는 부족해 보였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 이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결코 유망주 레벨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타는 리키<->넬손 올리베이라 교체로 인해 수적 열세에 처해있으면서도 수비하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중원을 담당했던 알렉스 로페스와 보르하 오우비냐를 비롯 모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칠 시점에도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며 효율적으로 데포르티보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 셀타 비고 입단식에서의 사무엘 요르카

특히 갑작스레 투입된 사무엘 요르카가 예상 외로 좋은 활약을 보인 점도 컸다. 사무엘 요르카는 엘체에서 4년, 에르쿨레스에서 1년을 뛴 후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셀타 비고로 합류했다. 엘체와 에르쿨레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이미 세군다 리가에서는 수위급 센터백으로 평가받은 선수로 파코 에레라 감독이 전력 보강에 좋은 옵션으로 평가해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영입을 확정지은 선수다. 187cm의 탄탄한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으며 27살로 선수로써 전성기를 구가할 시점에 라 리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카브랄이 계속해 부진을 보인다면 그가 가까운 시일 내에 주전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무엇보다 카브랄은 임대 신분이고 사무엘 요르카는 셀타와 계약이 맺어져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 왼쪽은 셀타의 파코 에레라 감독, 오른쪽은 데포르티보의 올트라 감독이다.

두 감독의 지략 싸움에서는 지난 2번의 맞대결와 다르게 이번에는 셀타의 파코 에레라 감독이 승리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트라 감독은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를 리키의 교체라는 큰 실수를 저지르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만 했다. 반면 파코 에레라 감독의 경우 카브랄이 퇴장당한 당시에 사무엘 요르카라는 히든 카드를 잘 꺼내들며 10명이 뛰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잘 이끌며 무승부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즉, 카브랄이 후반 6분이라는 조금 이른 시간에 퇴장당하긴 했지만 더비라는 점에서 공격 자원을 투입해 과감한 경기 운용을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실리를 택하면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후반전 알렉스 로페스가 역습 시 조금만 더 정교한 패스를 보여줬다면 승리는 충분히 셀타가 가져갈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 선수 평점

- 셀타 비고

하비 바라스 (GK/7) : 데포르티보가 별다른 위협적인 슛팅을 날리지 못했기에 별다른 어려움에 처하지 않았다.
우고 마요 (DR/7.5) : 측면 자원 임에도 탄탄한 피지컬, 빠른 발을 가진 선수로 셀타 그리고 스페인의 미래임을 오늘도 증명했다. 가마와 피찌 앞에서 그는 철벽이였다. 공격 가담 역시 인상적이였다.
투녜스 (DC/7) : 셀타 수비진의 리더답게 경기를 잘 이끌었다. 카브랄의 퇴장 후에도 수비진을 잘 지휘했고 1:1 무승부를 견인했다.
카브랄 (DC/5) : 그의 퇴장은 셀타에게 재앙이였다.
로베르트 라고 (DL/7.5) : 우고 마요와 함께 피찌 그리고 가마를 철저하게 봉쇄했고 오버래핑 역시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이 끝난 후, 로베르트 라고의 평가는 상당히 후할 것이 분명하다.
알렉스 로페스 (MC/7) : 수적 열세 그리고 체력적으로 지칠 시점에도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공격 가담이 조금 더 정교했다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보르하 오우비냐 (MC/7) : 셀타의 심장답게 중원에서 진두지휘를 잘했다.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 (AM R/6) : 아요세가 수비력이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돌파나 좋은 크로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베르메호 (AM C/6.5) : 첫 골의 주인공. 이른 교체가 너무나 아쉬웠다.
크론-델리 (AM L/7) : 아스파스와 더불어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데포르티보 수비진을 잘 휘졌고 다녔다.
이아고 아스파스 (ST/7.5) : 지난 시즌 세군다 리가에서의 맹활약을 라 리가에서도 이어가며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알리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도 1어시스트를 비롯 좋은 활약을 펼쳤다. 폭넓은 활동량, 2명 정도는 제칠 수 있는 발재간 그리고 좋은 연계 플레이까지 시즌이 끝날 무렵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그의 커리어를 비추어 볼 때 제2의 다비드 비야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 교체 선수

사무엘 요르카 (DC/7.5) : 카브랄의 퇴장으로 셀타의 수비진은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사무엘 요르카는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오늘 활약상은 앞으로 카브랄과의 경쟁 구도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토니 (AM R/6) : 아직 어린 선수인만큼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다.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박주영 (ST/-) : 카브랄의 퇴장으로 인한 베르메호의 교체로 출전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불운한 날이였다.


- 데포르티보

아란수비아 (GK/7) : 언제나 그랬듯 든든했다.
라우레 (DR/7) : 공-수를 부지런히 오갔지만 딱히 눈에 띄지는 않았다. 여전히 크로스는 다듬어져야할 부분이다.
마르체나 (DC/6.5) : 전체적으로 평균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뒷공간을 내준 실수는 수비진의 리더로써 아쉬웠던 부분이였다.
제 카스트로 (DC/7) : 개인적인 플레이는 만족스러웠다. 효율적인 공격 가담은 좋았다. 마르체나와 호흡을 빠른 시일 내에 맞추기를 바랄 뿐이다.
아요세 (DL/6) : 공-수를 부지런히 오갔지만 여전히 잔실수가 많았다. 특히 상대방과 1:1 상황에서 몸싸움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위험한 상황을 이번 경기에서도 보일 뻔 했다.
알렉스 (DM/6.5) : 자책골은 운이 없었다. 무난했지만 아벨 아길라르가 없었기에 조금은 버거운 모습이였다.
후안 도밍게스 (MC/7) : 확실히 알렉스와 뛸 때는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동점골까지 득점했다. 중앙 미드필더로써 좀 더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필요하다.
브루노 가마 (AM R/4) : 데포르티보에 입단한 후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수없이 돌파를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크로스 역시나 그랬다.
발레론 (AM C/7.5) :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던 상황에서 매끄러운 패스 연결이 돋보였다. 특히 후안 도밍게스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을 비롯 셀타의 수비진을 곤경에 빠트렸던 여러 번의 킬패스가 인상적이였다.
피찌 (AM L/6) : 킥은 여전히 날카로워 보였지만 드리블 시 자주 넘어지며 공을 뺏기며 공격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리키 (ST/7) : 교체되지만 않았더라면 리키는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 교체 선수

넬손 올리베이라 (5.5/ST) : 침착성, 동료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카무냐스 (6/AM C) : 지친 발레론 대신 활력소로 투입되어 조금이나마 활기를 띄게 해줬다. 확실히 중앙보다는 과거 전성기 시절처럼 측면에서 보여주는 플레이가 더 인상적인 것 같다.
안드레 산토스 (6/DM) : 비록 짧은 시간을 뛰었지만 적극적인 플레이가 마음에 들었다. 많은 활동량 그리고 정교한 킥을 가진 선수로 현재 데포르티보 전술에 있어 아벨 아길라르와 더불어 가장 적절한 자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 마치면서

수적 우세를 점하고도 공격이 날카롭지 못했던 데포르티보, 1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잘 풀어나갔던 셀타, 1:1이라는 스코어는 양 팀에게 공평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만 승리를 염원하던 셀타 그리고 데포르 팬 입장에서는 무승부라는 결과가 아쉽긴 할 것이다. 셀타의 경우 1명이 적음에도 좋은 경기를 펼쳤기에 바르샤 전을 앞두고 잃은 것은 없다고 본다. 데포르티보의 경우에도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뛸 코파 델 레이 경기를 앞두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2차전은 2013년 2월 데포르티보의 홈 구장인 리아소르에서 열린다. 다음 더비가 있을 때까지 양 팀 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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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