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시즌에 대한 간단한 총평.


'과정'과 '결과'
당신은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또 무엇을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가? 물론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말이다.

지난 시즌 첼시는 철저히 후자만을 얻었다. 명장 안첼로티를 경질시키면서 까지 야심차게 선임한 새감독 (아마 감독사상 최고의 이적료가 지급된 감독이 아닐까 한다) 안드레-비야스-보아스는 첼시의 오랜 고름들을 터뜨려며 그의 하얀 와이셔츠 만큼이나 핏이 날카롭게 선 섹시한 첼시를 만들것으로 기대됬다. 부임과 함께 고참들과의 불화설이 터져나왔지만 많은 첼시팬들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그를 지지했다. 비록 늘 외줄을 타는 듯 아슬아슬 했지만 골이 터질때 마다 펼쳐졌던 그의 열정적 세레모니에서 8년전 조세 무리뉴의 모습을 언뜻언뜻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아니, 어쩌면 발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보아스의 플랜은 이상적이었을지는 모르나 첼시의 선수들은 그들의 높은 주급이 대변해 주듯 모두 스타였고, 수년간 그들이 형성해온 습관들은 하나의 관성이 되어 코밤과 스탬보드 브릿지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중력처럼 자연스럽고 묵중한 힘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노련함 모두 필요했으나 그것을 다 갖추기에 보아스는 젊었다. 그의 큰 도전은 예상밖에 쉽게 끝났고, 만신창이가 된 첼시에게 남겨진 숙제는 남은 시즌을 적당히 마무리 하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은 바로 수석코치 디마테오에게 넘겨졌다. 누구나 그의 역할은 늘어져버른 첼시를 추스려 다음시즌 부임할 새로운 감독에게 바통을 전달하는 역할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패전처리를 하러나온 2류 투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4년전 거스 히딩크에게 발견할 수 있었던 마법같은 능력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는 비록 네덜란드 출신의 노장처럼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았으나 첼시와 일생을 같이한 블루스의 일원이기에 선수들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디마테오는 철저히 결과만을 추구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었으며 승리를 위해 자존심을 버리도록 명령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모두 비워낸 첼시 선수들의 텅 빈 가슴을 오로지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채웠다. 그렇게 할 수 있는것을 모두 마친 후 그는 하늘에게 자신과 첼시의 운을 맡겼다. 그리고 정말 그토록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유럽 최고의 자리가 마침내 첼시에게 허락되었다. 지독한 수비축구와 행운의 연속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어쨌든 첼시는 사투끝에 단 하나의 길을 찾았고 그길을 우직하게 걸어나갔다. 그렇게 첼시는 '결과'를 얻었고 그 달콤한 술에 취해 적어도 며칠간은 '과정'같은 사치스러운 감상에 젖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2. 첼시의 새로운 시작

하지만 언제까지 과정없이 결과를 얻을수는 없다. 첼시의 우승은 확률적으로 가능한 것이었지만 필연적인 것은 아니었다. 물론 축구에서, 그것도 토너먼트에서 '필연적인 우승'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든 일이겠으나 바르셀로나와 같이 잘 짜여진 팀이 그나마 '필연적으로 우승해야할 팀' 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첼시 또한 그러한 팀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개인적으로는 10/11의 바르셀로나 정도라면 필연적으로 우승해야 할 팀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정' 이 좋은 팀은 확률적으로 좋은 '결과' 를 얻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시 유럽무대와 국내리그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팀이 되기 위해서는 첼시가 털어내고 뜯어내야 할 곳이 많았다.

일단 그 수리공의 역할은 디마테오에게 부여되었다. 물론 그의 능력이 완전히 의심스러운 것은 아니나 하나의 도박임은 분명했다. 그는 빅클럽의 감독을 오랜기간동안 수행한 적이 없으며, 첼시에서의 짧은 성공 빼놓고는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는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물론 첼시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역할은 맨체스터와 아스날의 그것과는 비교할 정도는 막중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약간의 의문을 감수하면서 첼시의 새출발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감독과 함께 하게 되었다.

한편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하였다. 올여름 유럽의 가장 큰 대어였던 아자르가 첼시에 왔고, 아직도 몇몇 대형 선수들의 영입이 예상되고 있으며, 마르코 마린, 데 브뤼네 같은 선수들도 첼시에 입성했다. 언론의 예상처럼 헐크, 마이콘, 오스카 정도만 더 보강된다면 첼시는 아마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훌륭한 보강을 한 클럽이 될 것이다. 기존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보싱와, 칼루 등이 팀을 떠나고 (말루다와 베나윤 또한 이적이 예상된다) 팔딱팔딱되는 싱싱한 선수들이 그를 대신하면서, 첼시의 스쿼드는 오랜만에 닦아낸 투명한 유리창처럼 지켜보는 이들에게 즐거운 청량감을 선사하게 되었다.

비록 영원히 잊을 수 없을 드록바는 떠났지만 수준 높은 가용자원이 많이 짐에 따라 첼시는 새시즌을 어느 팀보다 희망차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씩이나마 그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철저히 필자의 주관적 관점으로 말이다.








3. 과거 첼시의 팀색깔은 어떠했는가?

이것에 대해 논의하자면 기존의 첼시가 먼저 어떠한 색깔이었는지를 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지는 말자. 무링요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면 필자는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첼시의 근간을 세운것은 조세의 큰 업적이고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이 지금 첼시의 뿌리이겠으나 이 칼럼은 첼시의 새 시즌을 전망해 보는 것이지 블루스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칼럼은 아니다. 따라서 첼시가 리그 우승을 했던 09/10 안첼로티 시절부터 생각해도 뭐 크게 문제될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안첼로티 시절의 첼시는 지금과는 달리 '만들어가는' 축구를 중요시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빠른 역습이나 흔히 언급되는 '철퇴 축구'를 구사하기 보다는 철저한 지공으로 경기를 전개해 나갔었다. 이 시기의 첼시는 어느때보다도 훌륭한 미드필더 자원이 많았었고 (램파드, 에시앙, 미켈, 발락, 데코 등) 측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 (말루다, 아넬카, 칼루) 하였는데 이것은 우연히 아닌 안첼로티의 축구 성향이 실제 스쿼드로 구현된 모습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말루다, 조콜은 미드필더 자원으로 기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수비라인자체를 깊숙히 내리면서도 전자원의 적극적 수비가담을 지시해 결과적으로 수비시 간격이 매우 촘촘한 숨막히는 장벽을 세워 상대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가 09/10 시즌 더블, 빅4상대로 6전 6승이었으며, 첼시에 대해서 '파란 애들이 뛰다 이겨' 라는 우스갯 소리도 이때 나온 말로 기억한다. 물론 이 시즌 챔스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무링요를 만나 조기에 탈락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첼시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일년을 보낸 시즌인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어쨌든 필자는 안첼로티의 첼시는 중앙지향적이고 모험이나 변수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이고 선수들의 높은 클래스를 이용하는 고급스런 축구였다고 회상한다. 물론 그가 중앙밀집형 대형만 고집한 것은 아니고 첼시 정통적인 4-3-3을 변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첼로티 첼시의 아이덴티티는 그래도 중앙 미드필더 진의 적극적 활용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러한 까닭에 안첼로티 첼시는 매우 강력한 모습들 - 리그 사상 최다 승점, 최다 득점 - 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돌파구를 전혀 찾지 못해 총체적 난국을 보이는 경우가 잦았다. 많은 블루스들이 카를로가 경질되었을 때 슬픔에 빠지기 보다는 패기 있는 젊은 감독을 환영한 까닭은 그러한 '답답한' 첼시 보다는 '역동적'인 첼시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첼시는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팀이었다. 포르투에서의 그의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하기에는 선수들의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첼시의 선수들은 이전부터 주전층의 많은 나이를 지적받음과 함께 '드리블 돌파를 하는 선수가 없다' '역습이 전혀 되지를 않는다' 는 비판에 시달려 왔는데 이 문제는 보아스 체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라인을 올리면서 압박과 동시에 활발한 공격을 시도하는 그의 축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선수들이 필요한데 첼시의 선수들은 뼈와 근육들은 이미 느린 템포의 지공에 맞춰 석고상 처럼 굳어 있었다. 그와중에 하미레스와 스터리지가 빛을 발하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만이 어느정도 보아스의 축구에 적합한 자원이었다는 것이다. 부진했던 첼시의 노장들과 반대로.

하지만 첼시는 그러한 노장들의 힘없이는 '비싼 선수들의 집합소'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바로 보아스가 경질된 직후 감독 대행 디마테오가 증명했다. 챔피언스리그 1차전 나폴리에게 3:1로 패했던 첼시는 2차전 드록바-존테리-램파드-이바노비치의 연속골로 나폴리를 4:1로 꺾고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슈퍼맨들의 리턴즈'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첼시의 고질적인 한계이면서도 첼시를 꾸준히 유럽 최상위 포식자로 존재하게끔한 원동력, 그것은 이러한 노장들의 풍부한 경험과 유대감, 그리고 세월이 지날수록 더해가는 빅이어에 대한 갈망이었다.

디마테오의 축구가 어떤 색깔인가를 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가 첼시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했을때 첼시의 목표는 셋 중 하나였다. 첫번째는 컵대회를 과감히 포기하고 리그4위를 수성하는 것, 둘째는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하는 것, 셋째 리그와 챔스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것.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 가장 어리석은 감독은 세번째를, 클럽의 안정을 추구하는 감독은 첫번째를, 진정한 승부사라면 두번째를 선택할 것이다. 디마테오는 두번째를 선택했다. 물론 리그를 완전히 포기한것은 아니었으나 팀의 전력은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 집중시켰다. 따라서 베스트 포메이션 하에서 디마테오의 전술은 자연히 토너먼트에 적합한 형태 - 밀집 대형을 기반으로한 수비지향적 - 로 구현되었고 이것이 진정한 디마테오호의 모습이라고 여기서 결론 내릴수 없는 이유이다.

첼시보다 강한 상대를 주로 만났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첼시는 지독한 수비축구를 구사하였지만 리버풀과 결전을 벌였던 FA컵 결승전에서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디마테오 호에서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 방법은 그리 보편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색깔은 새 시즌이 되서야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유형의 선수들의 영입은 필자로 하여금 그러한 예측을 유도하게끔 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그를 붙잡지 않으로 하였던 구단주도 원하고 그것을 원하고 있고 말이다.







4. 그렇다면 새 시즌 첼시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새롭게 영입된 자원들을 눈여겨 보도록 하자. 물론 핵심은 아자르이다. 프리시즌 경기이지만 아자르는 전성기 조콜의 플레이를 연상케 하며 측면과 중앙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기존 자원의 마타와 함께 중앙-왼쪽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이전의 첼시의 선수들과는 다른 특징- 작은 체구와 뛰어난 기술 - 을 보여주는 선수들이기에 새로운 첼시의 핵심이 될 것이라 보인다. 과거 첼시는 말루다, 아넬카와 같이 강인한 피지컬과 파워를 갖춘 플레이어를 선호하였으나 이제 그러한 기조를 바꿔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 브뤼네와 마르코 마린과 같은 선수들도 역시 그러한 새로운 첼시의 영입정책과 부합한다 보이며, 강력한 루머가 나고 있는 오스카와 같은 선수도 필자의 논지를 강화 하는 선수라 생각한다. 예전의 첼시라면 펠라이니의 영입에 주력하였을 것이다.
물론 마이콘이나 헐크와 같은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선수들의 영입도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화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이 몸으로 밀어붙이는 축구는 한계가 있고, 기술로만 승부하는 축구또한 바르샤를 격파한 첼시가 보여주었듯이 분명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클럽은 힘과 기술을 모두 활용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갗춘 팀일 것이라 생각한다.

첼시의 전통적 4-3-3 전형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 보인다. 때에 따라서는 4-2-3-1 로 변형되 유지 되겠지만 어쨌든 과거 아스날이나 맨유식의 4-4-2 는 첼시에게 입혀진바 없었던 낯선 옷이며, 현 자원으로 안첼로티식 중앙 축구역시 불가능하다 보인다. 첼시의 이번 여름 이적 시장 영입은 측면에 집중되어 이루어 졌는데 결국 첼시는 여전히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을 시도하는 팀이 될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올시즌에 비해 달라지는 측면은 보다 유연한 자원들을 활용한 공격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마타와 아자르 모두 찬스 메이킹에 훌륭한 소질이 있는 선수들로 단순한 빠른 역습축구가 아닌 만들어 가는 축구 또한 훌륭히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즉 상대방이 수비라인을 내릴지라도 이를 요리해 나갈수 있는 무기를 첼시 또한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첼시는 적어도 과거 2시즌 동안은 좁은 공간에서 주고 받고 움직이는 기본적인 플레이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부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 보인다.








5. 여전히 잔재한 불안요소

미드필더진은 첼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일단 아자르와 스위칭할 마타가 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남은 두자리는 램파드와 미켈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이는 자원이 될것이다. 이 구성은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라인업으로 뭰헨과의 미드필더 싸움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마타와 찬스 메이킹 능력과 램파드의 클래스는 믿을만하며 미켈 또한 종종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이나, 경기 지배라는 측면에서 볼떄 낙제점에 가까운 성과를 보였으며 백업자원인 메이렐레스나 에시앙이 투입되어도 상황은 별로 달라질게 없었다. 이를 전적으로 미드필더 자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선수들간의 호흡? 자원가용들의 클래스? 전술적 문제? 팀 자체가 개판이어서? 일단 필자는 모두 다라고 생각한다. 올시즌 이러한 문제들이 조금씩 영향을 끼쳐 수년간 최악의 미드필더 운영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일단 팀 전술자체가 미드필더를 포기하다시피 운영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고, 첼시의 자원들이 과거에 비하여 클래스가 낮아 진것도 사실이다(예전의 선수들이 발락,마케렐레, 전성기를 누리던 에시앙과 램파드 였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그렇다)

하지만 현재 첼시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 유일한 해답은 모드리치 정도의 선수의 영입으로 보이나 첼시는 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영입- 오스카와 같은 - 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중앙 미드필더에 대한 큰 미련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올시즌 첼시 미드필더 문제를 전적으로 전술의 문제로 치부하고 새로운 경기 운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필자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지만 첼시의 관계자들이 진단한 첼시의 문제점은 미드필더 보다는 측면자원이었던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따라서 새시즌 첼시의 미드필더 진은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팀 전체가 폼을 회복하면서 전반적인 매끄러움이 향상될 것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첼시를 지켜본 필자의 소견으로는 분명 미드필더 진의 현상유지는 새시즌 블루스의 가장 큰 불안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유럽무대에서 말이다.

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수비진은 상당히 믿음직 스럽다. 센터백 자원도 충분하며 오른쪽 자원의 영입만 추가 된다면 유럽 최고 수준이 될것이라 자부한다. 물론 에쉴리 콜의 폼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왼쪽의 문제가 심각해 질 수는 있지만, 그러한 징조는 적어도 전시즌에서 발격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시각을 다시 공격진으로 돌려보자. 사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첼시에서 가장 큰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 선수, 바로 페르난도 토레스가 아닐까.


올시즌 리그에서의 첼시 선수들의 득점 분포를 살펴보자.

프랭크 램파드: 30경기 11골
다니엘 스터리지: 30경기 11골
존 테리: 31경기 6골
페르난도 토레스: 32경기 6골
후안 마타: 34경기 6골
디디에 드록바 : 24경기 5골
라미레스: 30경기 5골

보다시피 공격진의 심각한 득점력의 부재가 발견된다. 스터리지의 11골은 전반기에 주로 기록된 골이며 램파드는 아시다시피 전형적인 미드필더 자원이고 pk를 전담하는 선수이다. 올시즌 첼시가 6위를 기록한 것은 어쩌면 확실한 골게터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수도 있다. 축구는 결국 골로 승부를 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첼시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팀들은 모두 스코어러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를 지지한다.

1. 맨체스터 시티 - 아게로: 34경기 23골 (제코와 발로텔리 27골 합작)
2. 맨유 - 웨인 루니: 34경기 27골
3. 아스날 - 반 페르시: 38경기 30골
4. 토튼햄 - 아데바요르: 33경기 17골 (데포, 반더바르트, 베일 32골 합작)
5. 뉴캐슬 - 뎀바바: 34경기 16골, 시세: 14경기 13골

이렇게 볼 때 첼시가 적어도 우승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골 이상 득점을 하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믿음직한 스트라이커 한명이 팀의 득점력을 어느정도 담보해 줄 때 소위 '꾸역꾸역'의 승점 챙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올시즌 아스날의 반페르시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드록바가 떠난 첼시에게 그러한 역할은 토레스에게 부여되어있다. 이미 올시즌 토레스 중심으로 첼시의 공격진이 구성될 것이라는 기사는 수차례 접한바 있으며 블루스들 또한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토레스는 1600분이 넘는 무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전후의 골기록 역시 처참한 수준이었다. 2012 유로 득점왕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단 3골에 불과한 기록으로 이로써 자신의 킬러본능을 회복했다 평가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그러한 골 가뭄은 그의 폼 문제도 하나의 이유겠으나 첼시의 공격 스타일과 상성이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기인한 만큼, 새시즌에도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인가에 대해 의문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가 아구에로나 루니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새시즌 첼시는 우승보다는 챔스언스리그 진출 티켓 여부를 다툴 가능성이 높아고 보인다. 신입생 아자르의 활약여부와 이제 epl 2년차에 접어든 마타가 얼마나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새시즌 첼시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될 것이다. 물론 다니엘 스터리지와 같은 대체 자원도 존재하나 과연 그가 첼시의 원톱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무게 있는 공격수인지는 토레스의 경우보다 더 불확실하다 생각한다.

계속해서 헐크, 카바니,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공격수에 대한 루머가 나고 있는 만큼, 이부분에 대한 불안은 비단 필자와 팬들만의 것은 아닌듯 하다. 스트라이커 문제는 일단 여름 이적 시장이 끝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6. 결론: 새 시즌 첼시에 대한 전망.

앞서 언급하였듯이 새 시즌의 첼시는 여러모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나 적지 않은 불안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하나로 단합된 팀의 모습과 아자르와 같은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은 필자를 비롯한 블루스들의 안면에 편안한 미소를 선사하나, 여전히 강화되지 않은 미드필더진과 불안한 공격진의 구성은 언제든지 그러한 미소를 쓰레기통으로 던지지는 A4용지처럼 구겨 버릴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수들의 문제 보다는 수장인 디마테오 감독이 빅 클럽의 감독으로 한시즌 동안 여러 대회를 한꺼번에 치뤄본 경험이 없으므로 그가 올시즌 처럼 팀 운영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불안요소라 보인다. 장기간의 레이스에서는 '승부사 기질' 보다는 '꾸준함' 이 요구되므로 그러한 덕목을 이제 정식 감독이 된 그가 갖추고 있는 지는 앞으로 살펴보아야 알게 될 일이다.

어느덧 많은 선수들이 떠나고 새로운 선수들이 코밤과 스탠포드 브릿지를 채웠다. 드록바는 떠났지만 존테리, 램파드, 체흐, 에쉴리 콜과 같은 선수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에시앙, 페레이라, 존오비 미켈, 이바노비치와 같은 선수들도 첼시의 베테랑으로써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는다. 비교적 새로운 얼굴들인 다비드 루이스, 개리 케이힐, 메이렐레스, 하미레스와 같은 선수들은 첼시에 휼륭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첼시의 미래를 담당할 재목들이기도 하다. 새로 영입된 아자르, 마르코 마린, 브뤼네와 영입될 선수들 (오스카, 마이콘, 헐크 등)이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새시즌 첼시는 맨유,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다툴 것으로 전망하는 게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조화' 와 '운영의 묘' 인데 적어도 이러한 측면에서 디마테오는 믿음직 스러운 감독이다. 필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첼시가 여전히 가장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거라 의심치 않는다.

어쨋든 올시즌 첼시는 유럽의 디펜딩 챔피언으로 새 시즌에 임할 것이다. 그 트로피를 얻기 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했는지는 아마 유럽 축구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올시즌 첼시의 출발은 어느 팀보다 당당했으면 한다. 어떤 결과물을 얻게되든 첼시가 하나의 팀이 되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첼시의 미래는 팀의 애칭만큼으나 푸르게 빛나고 있으리라 감히 장담해 본다.







2012. 7. 21 written by Browneyes

 

Posted by Mr크리스티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