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검객들의 런던혈투

2년전 아시안게임이 펼쳐진 중국 광저우 광다체육관은 태극기 물결로 넘실거렸다. 피스트(펜싱경기장 바닥면) 위의 한국의 검객들은 거침없는 포효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펜싱은 아시안게임 10종목에서 금메달 7, 은메달 2, 동메달 3개를 따내며 명실상부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부상했다. 최근 굵직한 국제대회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펜싱이 이 기세를 이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진정한 효자종목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사상 최다 올림픽 출전권 확보

펜싱에 배정된 올림픽 금메달은 총 10개. 올림픽에선 매번 돌아가면서 단체전 종목 2개가 제외된다. 이유가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여자사브르가 시범종목을 채택됐고, 4년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정식종목이 됐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메달수와 참가선수의 규모를 더 이상 늘리지 않아야된다는 것을 승인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두종목의 단체전이 순환적으로 올림픽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올해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에뻬와 여자 사브르가 단체전을 치르지 않는다.

펜싱 경기 모습 펜싱 경기 모습2

여타 올림픽종목이 그렇듯 펜싱도 출전권 확보가 올림픽으로 가는 첫 관문이다. 월드컵 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륙별 대회를 통해 세계랭킹을 올려야만 올림픽 티켓을 손에 쥘 수 있기에 선수들은 1년의 반은 해외를 떠돌며 대회를 치러왔다. 일단 단체전에서 세계랭킹 4위에 들면 개인전 출전권까지 확보할 수 있으며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오세아니아, 그리고 아메리카 등 4대륙별 랭킹에서 1위를 유지한 나라는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또 개인전은 세계랭킹 12위까지는 출전권을 얻을 수 있으며 대륙랭킹 1, 2위 선수도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종목별로 한 국가당 두 명만 나갈 수 있다는 출전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펜싱은 베이징올림픽을 마친 후 세대교체를 단행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그 이후 런던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한국펜싱 사상 최다인 14장의 출전권을 확보했다.

  • 이유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 사진도현석 작가

Player

남현희 선수 ‘통한의 4초’ 그리고 ‘4년’ 여자 플러레 남현희

4년 전인 2008년 8월11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펜싱경기장에서는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전이 펼쳐졌다. 한국펜싱의 간판 ‘땅콩검객’ 남현희와 ‘세계최강’ 발렌티나 베잘리의 대결, 경기종료 4초전만 해도 한국여자펜싱의 첫 올림픽 금메달 탄생을 미리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종료 4초를 남기고 남현희는 베잘리의 기습적인 찌르기에 통한의 역전 유효타를 허용하며 5-6으로 져 메달색깔은 금이 아닌 은색이 됐다.

4년이 지났건만 남현희는 그 ‘4초’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패배는 깨끗하게 인정하되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와 돌아보면 자신의 경기운영이 조급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남현희는 “베이징에서 비슷비슷하게 스코어가 가는 것 조차 당황스러웠고, 한 포인트를 앞서고 있을 때는 이 포인트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설명했다. 검객으로는 세계를 호령하는 남현희라지만 ‘펜싱여제’로 불리는 베잘리를 올림픽무대에서, 그것도 결승전에서 맞닥뜨린 것은 그녀에게도 큰 부담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남현희는 달라져 있다. 큰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노련함이 생겼고 그러던 중 베잘리를 이긴 경험도 갖게 됐다. 베이징에서는 베잘리와의 대결이 스피드 대 경기운영, 또는 패기 대 노련미의 대결이었다면 런던에서는 노련한 두 펜싱여제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기흐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듯 하다. 그러나 남현희가 금메달의 고지를 밟기 위해 넘어야할 산은 베잘리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에는 베잘리의 뒤를 이어 디 프란체스카, 아리아나 에리고 등이 세계정상권에 올라 있어 여자플러레 개인전은 극단적으로 표현해 이탈리아 3인방 대 남현희 대결이라고도 볼수 있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세계정상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다양한 경기경험을 통한 경기운영 능력, 즉 경기상황에 따라, 또 상대 선수에 따라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해야할지를 알기 때문이다.

준비중인 남현희 선수

예를 들어, 이탈리아 선수들은 경기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는 심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경기 흐름을 끊는 등 심리전에 능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남현희는 그동안 너무 정직한 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림픽에서 페이플레이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페어플레이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 경기흐름을 주도해나가는 것도 능력이다. 그것이 바로 ‘경기운영 능력’이라는 것이다. 4년전 베잘리에 비해 남현희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따라서 런던에서는 그만큼 전술 또한 중요해졌다. 스피드에 의존했던 경기방식에서, 경기흐름을 읽어가며 맞설수 있는 여유와 배짱, 그리고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노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느슨해진 건 아닌가하는 걱정도 한편으론 들지만 타이밍을 안놓치려는데만 집착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움직이면서도 순간순간 어떤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뛰고 있다”며 자신의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또 남현희에게는 맏언니이자 주장이라는 책임감이 칼끝을 더 날카롭게 세우게 한다. “단체전은 단합되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을 때 가장 예쁜 그림이 나오고 그것이 좋은 결과도 따라오는 것 같아 이 부분에 신경쓰고 있다”는 남현희의 말처럼 최근 국제대회에서 대부분 메달권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여자플러레는 팀워크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단체전 메달을 노리고 있다.

구본길 선수 새로운 에이스구본길

한국펜싱이 런던올림픽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데는 ‘구본길’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구본길이 세간에 이름을 알린 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중국의 중만을 꺾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구본길은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별이 아니다. 일찌감치 한국펜싱을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될성부른 나무였다. 유소년, 청소년 무대에서는 언제나 정상에 자리했던 선수였다. 그리고 예정이라도 돼 있던 듯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엘리트코스를 그것도 언제나 정상에서 달려온 그이기에 시니어무대도 자신의 거처온 어떤 무대와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느끼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구본길은 그 당시의 상황을 “아무것도 안됐었다”고 표현했다. “어떤 기술도 먹히지 않더라, 그래서 대표팀 첫해인 2008년 경기는 울면서도 뛰었다. 그렇게 뜻대로 안된 적은 처음이어서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연습중인 구본길 선수

그러나 구본길은 다음해를 기약하며 2008년을 견뎠다. ‘구본길’이 누군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훈련한 결과 2010년부터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며 결실을 내기 시작했고 아시안게임 단체전 출전만이라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개인전 출전기회까지 주어졌다. 절치부심했던 구본길이 그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그동안의 설움을 내뿜기라도 하듯 남자 사브리 종목의 금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그 이후 지난해 모스크바월드컵 금메달을 비롯해 세계랭킹 1위자리에 까지 올랐으며(5월현재 세계랭킹 5위) 런던올림픽을 석달 앞두고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하며 금메달 후보다운 면모를 재확신시켰다.

구본길이 세계무대에서 통할수 있는 것은 공격가시권이 다른 선수에 비해 길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다른 선수들이 1미터정도 거리까지 공격이 가능하다면 구본길은 1미터 30센티미터까지 공격을 길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선수 입장에서는 포인트를 허용하지 않을 듯 한 거리에서도 자신의 몸에 칼이 닿아있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장기도 시니어무대에 갓 올라왔을때의 얘기다. 이미 올림픽 메달을 다투게 될 라이벌들에게는 노출돼 있어 이 기술을 역이용한 전술을 연구 중에 있다.

남자 사브르는 독일과 러시아가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독일선수들은 다른 유럽선수들이 그렇듯 국제대회 출전이 생활 속 하나의 스케줄이기 때문에 경기경험이 풍부하고 따라서 상대방 파악에 무척 능하다. 1위부터 16위까지가 모두 메달권이라고 말할 정도니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올림픽 메달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구본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힘든 건 알지만 언제나 꿈을 꾼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어떤 세리모니를 할까, 어떻게 인터뷰를 하지? 어떤 표정으로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낼까. 등등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언론의 중심에 서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본길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해 한국의 늦여름 햇볕에 반짝이는 덧니를 내보이며 웃는 모습, 상상만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팀내 치열한 경쟁이 한국펜싱의 강점

한국펜싱이 열악한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한국의 효자종목을 자리잡기 시작한데는 대표선수들의 기량향상, 그리고 각 종목별 팀워크 등이 원동력으로 손꼽히고 있고, 또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팀내 치열한 경쟁이다. 각 종목 코치들이 언론과 세간의 주목받지 않고 있는 선수들에게서도 내심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내다보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남자 에뻬의 정진선과 박경두, 남자사브르의 구본길과 원우영, 여자플러레에 남현희와 전희숙, 여자사브르의 이라진과 김지연 등은 태릉선수촌에서는 함께 땀흘리며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서는 단체전을 함께 뛰어야하는 동료들이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또 서로를 넘어서야만 하는 경쟁 속에 놓여 있다. 남자에뻬의 정진선은 박경두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난 베이징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둘이 올림픽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펜싱 대표팀

또 큰 대회마다 강한 면모를 보이는 여자 플러레의 전희숙은 남현희(언니)와 많은 연습을 통해 서로를 잘 알아가고 있으며 더불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다.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구본길 또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기도 한 원우영과의 라이벌관계가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두 선수 모두 세계랭킹 5위안을 맴돌며 세계정상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데 구본길은 원우영이 자신과는 다르게 민첩성이 좋으며 많이 배우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국 펜싱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이상기(2000년 시드니·동메달) 남자 에뻬 대표팀 코치는 "올림픽에서는 기술적으로 대등한 선수가 무척 많다. 예를 들어 남자 에뻬의 경우 지난해 세계랭킹 1위가 64강안에 들지 못하는 대회도 있다. 그러므로 비슷한 실력을 지닌, 서로 다른 특징의 선수들이 팀내 경쟁을 통해서 체력, 기술, 전술을 준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을 치르고 메달을 따본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은 기술적으로 대등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정신력의 싸움이 될수도 있다,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하되, 올림픽 무대에 섰을때 자기실력을 맘껏 발휘하려면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둔 심리상태도 예측하고 준비해둬야한다“ 고 코치이자 선배로서 충고했다.

Super Rookie

김지연 선수 여자 사브르의 떠오르는 검객김지연

2011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세계 10위권의 선수들을 꺾은 무명의 신인이 나타났다. 국제대회에선 본 적도 없는 한국선수 하나가 준결승까지 진출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유럽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무대를 깜짝 놀라게 한 그가, 바로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여자 사브르는 김혜림과 김금화가 개인전에서 금메달·동메달을, 단체전에선 은메달을 수확하며 런던 올림픽의 희망을 빛을 밝혔지만, 이 후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나지 않고 있었기에 김지연의 등장은 런던으로 향하는 새로운 등불이 되고 있다.

감독이 알아 본 신예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지연이지만 대표팀과의 인연은 쉽지 않았다. 2009년, 23세의 나이로 꿈꾸던 국가대표가 됐지만 기량이 출중한 선배들과 동료들에 밀려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됐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신인발굴을 위한 국가대표선발전에서도 또다시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다. 그러나 그를 눈여겨본 현 펜싱대표팀 총감독이자 여자사브르 감독이기도 한 김용율감독이 추천선수로 김지연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면서 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사브르 종목은 다른 종목과 비교해 순간적으로 방어와 공격이 바뀌기 때문에 민첩한 동작이 요구되는데, 김지연의 감각적인 스피드가 김용율감독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김감독은 “당시 김지연은 미숙하지만 펜싱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상대방과의 거리조절 능력이 좋은 선수다. 조금만 더 키워보며 될 것 같았다.”라며 김지연을 태릉선수촌으로 불러들인 이유를 밝혔다. 김용율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선발 후 경험삼아 내보낸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김지연은 단박에 동메달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입증시켰다.

연습중인 김지연 선수
떨지 않는 신인

지난해 김지연의 첫 국제무대는 한 마디로 대담함 그 자체였다. 낮선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키를 훨씬 웃도는 큰 유럽선수들을 만나면 기가 죽을 만도 하나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지연의 적극적인 공수 플레이가 오히려 상대방을 위축시켰다. 김지연은 “막무가내로 했다. 이기면 좋은 거고, 지면 어차피 본전이니까 난 손해볼게 없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무명인 신예가 메달을 따자 외국 심판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전부 외국인 코치를 데려 쓰기 때문에 펜싱의 강호 유럽선수들에게 낯선 상대가 아니지만 한국은 몇 년째 한국인 코치들이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어서 한국만의 섬세하고 빠른 동작을 신장이 큰 유럽선수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유럽스타일과 전혀 다른 사브르를 구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눈엣가시로 여겨지고 있던 차였기에 김지연은 곧바로 경계대상이 됐다. 한국 스타일의 사브르는 유럽스타일이 만연한 국제무대에서 불합리한 판정을 받기 일쑨데, 갑자기 급성장한 김지연의 두 번째 국제무대가 그랬다. 굵직굵직한 선수들을 제치며 3위에 올랐던 첫 무대와는 달리, 감독이 다른 선수의 경기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국제무대는 한 공간에서 여러 선수들이 대전을 펼친다) 예선전에서 어이없이 탈락하고 말았다. 이상하게 여긴 김용율 감독은 그 다음부터 김지연 경기의 뒤를 지켰고, 김지연은 출전하는 국제무대마다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2011년 초, 첫 국제대회 당시에 65위였던 세계랭킹이 1년이 조금 지난 현재는 6위까지 올랐다. 그의 가파른 상승세에 이제는 그의 경기마다 유럽선수들이 비디오를 가지고 나타나 그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 김지연은 세계무대에선 무서운 신예가 상대가 돼 있다는 방증이다.

다리가 반응하는 대로 하면 이겼다
김지연 선수

현재 여자 사브르는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강세를 펼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미국의 마리엘 자구니스는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선수고, 3위 러시아의 소피아 벨리카야는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을 차지한 선수다. 하지만 이 두 선수 모두 지난 3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월드컵 A급 펜싱대회에서 김지연에게 패했다. 김지연이 개인전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는 세계랭킹 2위인 우크라이나의 올가 칼란. 국제월드컵 때에도 올가 칼란에게 패해 아쉽게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지연은 “올가의 경기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분석하고 있다.

올가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집중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나는 체력이 부족해 뒤 쪽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웨이트를 열심히 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다.

올가를 넘으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가에 대한 승부욕을 내비쳤다. 스피드만큼은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김지연은 다리의 반응감각이 좋은 선수다. 그 동안 출전했던 많은 국제대회에서, 생각하며 움직이는 전략적인 플레이보다는 자신의 다리가 반응하는 대로 움직이는 즉흥적인 플레이를 펼쳐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용율감독도 김지연의 이런 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사브르는 거리조절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빨리 바꿔가며 선택을 해야 하는데 (김)지연이는 스피드가 좋아 선택이 빠르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경기 당일 컨디션만 좋으면 메달도 가능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김지연에게 2009년의 꿈같은 태극마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좌절과 함께 슬픔의 눈물로 얼룩졌지만, 이미 세계 랭킹 12위까지 주어지는 2012 런던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손에 쥔 지금의 태극마크는 그녀에게 영광의 눈물을 허락하지 않을까. 그녀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 정선미 스포츠 리포터
  • 사진도현석 작가

Tip

1. 펜싱은 세종목으로 나뉜다.

각 종목별로 포인트가 인정되는 유효면이 다르다. 플뢰레는 얼굴, 팔, 다리를 제외한 몸통만 공격할 수 있으며 에페는 마스크와 장갑을 포함한 상체 모두를 타격할 수 있다.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한 사브르에서는 허리 위를 공격할 수 있다.

2. 펜싱의 기본동작만 알아두자.

펜싱의 준비자세를 앙가르드라고 한다. 펜싱경기 중 심판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도 알뜨, 알레 일것이다. 알뜨는 멈춰라는 뜻으로 경기중단을 알리는 말이며 알레는 시작이라는 뜻으로 경기시작을 알리는 명령어다. 기본동작으로는 팔을 뻗어 상대에게 검을 찌르는 동작인 팡트가 있다 기본동작이므로 선수들은 하루에 수백개의 팡트동작을 하는데 남현희 경우에는 작은 키로 큰 선수들을 상대하다보니까 다리를 최대한 찢어서 이 팡트 동작을 해야 해 인대손상이나 근육이 찢어지는 잔부상을 많이 당한다고 밝힌바가 있다. 또 팔을 피면서 체중을 앞다리로 실어 뒷발을 차며 앞으로 달려나가 찌르는 후레쉬라는 동작 정도만 알고 있어도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펜싱경기를 보는 재미가 더할 듯 하다.

Posted by Mr크리스티앙 :